대한항공을 거느리고 있는 한진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지분율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백기사’로 알려진 델타항공 등을 만나 오는 3월 예정된 주주총회에 대비하고 있다.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지난주 한진칼 주요주주인 사모펀드 KCGI(일명 강성부펀드)와 반도건설 관계자를 만나 연대를 모색한 것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알려졌다.
조 전 부사장(지분율 6.49%)이 KCGI(17.29%) 및 반도건설(8.28%)을 끌어들일 수 있다면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 32.06%를 확보하게 된다. 이 경우 조 회장(6.52%)을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은 22.45%로 줄어든다. 델타항공(10.00%)이 조 회장을 지지한다고 해도 32.45%다. 양측 차이가 1%포인트 미만으로 줄어드는 만큼 표 대결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여기에 세간에 알려진 대로 조 회장의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이 맏딸 조 전 부사장의 편을 들어준다면 조 전 부사장 측이 우위에 설 가능성이 있다.
조 전 부사장 측이 주총에서 우위에 선다 해도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조 회장 측과 어려운 대결을 벌여야 한다. 현 이사회가 조 회장 측 인물들로 구성돼 있고, 이들의 해임이 쉽지 않아서다.
한진칼 이사회는 총 6명으로 구성돼 있다. 사내이사에 조 회장과 석태수 한진칼 사장이 선임돼 있다. 사외이사는 네 명이다. 이사회 구성원은 모두 조 회장 측 인물로 분류된다. 이 중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는 2017년에 선임된 조 회장과 이석우 법무법인 두레 변호사 두 명이다. 조 전 부사장이 반도건설과 KCGI를 끌어들여 표 대결에서 승리하면 임기가 만료되는 두 명을 재선임하지 않고 새로운 인물을 추천할 수 있다.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조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석 사장을 비롯한 나머지 네 명의 이사 임기는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상법 434조는 이사 해임을 출석한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하는 특별결의 사항으로 정하고 있다. 조 전 부사장 측이 이 고문을 끌어들인다면 37.37%를 확보해 조 회장 측과의 격차를 10%포인트가량 벌릴 수 있지만, 3분의 2의 의결권을 확보하긴 쉽지 않다.
현재 이사 수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전제하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이사회를 장악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 경우 어느 한쪽이 이사회를 완전히 장악할 때까지 회사 내에서 두 세력이 계속 갈등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국민연금(4.11%)이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도 관심사다.
조 전 부사장 측이 넘어야 할 또 다른 난관은 국토교통부다. 현재는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 등의 지분을 모두 ‘특수관계인’으로 묶어 분류하지만 양측이 갈라서서 별도 세력을 형성한다면 한진칼의 형식상 최대 주주는 KCGI가 된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과정에서 재무적 투자자(FI)가 항공사를 보유하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국토부가 한진칼의 최대 주주가 사모펀드가 되는 상황을 용인할지는 미지수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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