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의 주인공도 바이오 벤처였다. 이 행사에서는 매년 빅파마가 바이오 벤처들을 수십조원에 인수합병(M&A)하거나 기술 도입을 하면서 분위기를 주도했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았다. 대형 제약사들은 바이오 벤처에서 도입한 신약을 소개하거나 새로운 파이프라인(후보물질) 확보에 나섰다.
자금력을 갖춘 대형 제약사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신약 개발에서도 바이오 벤처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전체 신약 허가 건수 중 바이오 벤처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24%에 불과했지만 2018년 39%로 증가했다. 2023년에는 48%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오의약품 개발도 활발하다. 류머티즘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과 항암 분야의 항체 바이오의약품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이중항체, 융합단백질 등 다양한 분야의 신약이 개발되고 있다. 마이클 보나투스 바이오젠 최고경영자(CEO)는 “바이오의약품의 성장세는 대세가 됐고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바이오 벤처의 성장세를 보면 중국을 빼놓을 수 없다. 올해 참가 기업 중 중국 제약바이오 기업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자이랩, 항저우 타이거메드, 우시바이오로직스와 우시넥스트코드, 시노 바이오파마 등 30여 개 중국 기업이 이번 콘퍼런스에서 발표했다. 한국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 최대 규모 행사장인 그랜드볼룸에서 발표했지만 참가 기업 수는 수년째 그대로다. 반면 중국은 규모는 작지만 발표자로 초청되는 바이오 벤처가 늘고 있다.
국내 회사 중에는 제넥신, 휴젤, LG화학, 한미약품, 대웅제약 등이 이머징 트랙에서 발표했다. 제넥신은 주요 파이프라인인 하이루킨-7과 HPV 치료 백신 ‘GX-188E’의 개발 현황을 공개했다. 권세창 한미약품 사장은 신약 후보물질 8개를 소개했다. 이중기전 비만 치료제와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 등이다. 대웅제약은 미국 바이오 기업 A2A파마와 항암신약 공동 연구개발을 위한 파트너십 계약을 맺었다. 인공지능(AI)이 결합한 신약 설계 플랫폼을 활용해 신규 화합물 설계에 나선다.
샌프란시스코=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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