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을 대체하는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비준을 마쳤다. 전날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합의 서명에 이어 ‘무역 빅딜’이 잇따르면서 미국 경제에 순풍이 기대되고 있다.
미 상원은 이날 찬성 89 대 반대 10표로 USMCA 비준안을 통과시켰다. 하원은 이미 지난달 19일 비준을 마쳤다. 이로써 비준안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만 남겨놓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만간 USMCA에 서명할 예정이다. 뉴욕타임스는 ‘탄핵정국’으로 극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초당적으로 협력한 이례적인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멕시코는 이미 의회 비준을 마쳤다. 캐나다는 조만간 의회 비준을 끝낼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1994년 발효된 나프타는 26년 만에 USMCA로 대체된다.
‘나프타 2.0’으로도 불리는 USMCA는 미·중 무역협상과 함께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캠페인 때부터 나프타 때문에 멕시코에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빼앗겼다고 주장하며 나프타 폐지 또는 전면 개정을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새로운 협상이 시작됐고, 그 결과 북미 3개국은 2018년 11월 USMCA 합의안에 서명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이 넘도록 USMCA는 미 의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하원 다수당인 민주당이 멕시코 노동기준 감독 강화와 바이오 신약 복제를 10년간 제한하는 규정 등을 문제 삼아 비준을 미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 캐나다, 멕시코는 민주당의 입맛에 맞는 수정안에 다시 합의했다.
USMCA의 핵심은 미국 자동차산업 보호다. 구체적으로 USMCA는 자동차산업에서 북미산 부품 비중을 62.5%에서 75%로 높이고, 시간당 16달러 이상 받는 노동자 비중을 올해 최소 30%(2023년부터는 최소 40%)로 높이도록 했다. 미국 자동차 기업들이 인건비가 저렴한 멕시코로 공장을 옮기는 걸 막기 위한 조치다.
최초 합의안에 있던 ‘바이오 신약 복제 10년간 제한’ 규정은 수정안에선 빠졌다. 저렴한 복제약이 시장에 더 빨리 출시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USMCA 서명을 통해 재선 캠페인에 써먹을 수 있는 경제적 성과를 하나 더 늘리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며 다른 나라와의 무역협정을 개정해왔다. 한국, 일본과의 무역협정을 개정하거나 새로 체결했고 중국과의 1단계 무역합의에도 서명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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