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울고속버스터미널 상인들로 구성된 ‘동서울터미널 임차인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5일 서울 갈월동 한진중공업 건설부문 본사 앞에서 퇴거 통보를 철회하라는 시위를 벌였다. 이날 비대위는 “30년 동안 동서울터미널을 하나의 상권으로 성장시킨 상인들의 노고가 하나도 인정받지 못했다”며 “한진중공업에 수차례 면담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고 주장했다.
상인들과 한진중공업 간의 갈등은 지난해 가을부터 시작됐다. 동서울종합터미널을 단독으로 재건축하려던 한진중공업은 자금 등의 문제로 지난해 7월 신세계그룹 계열 부동산 개발회사인 신세계프라퍼티와 공동으로 신세계동서울PFV를 세웠다. 지분은 신세계프라퍼티가 85%, 한진중공업이 10%, 산업은행이 5%를 차지하는 구조다. 3개월 뒤인 작년 10월 한진중공업은 신세계동서울PFV에 터미널을 매각하면서 상인들에게 연말까지 가게를 비울 것을 통보했다. 상인들은 한진중공업의 결정에 반발해 퇴거 기한을 넘겨 운영을 지속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퇴거 통보가 법적으로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보장하는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은 임대차기간이 10년을 넘길 경우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동서울터미널 상인들은 임차기간이 10년을 넘었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재건축을 위해 서울시와 사전협상에 들어간 2017년부터 1년 단위로 계약을 맺었고, 재건축 여부에 따라 계약 갱신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충분히 알렸다”고 말했다.
문제는 터미널 재건축 인허가를 결정짓지 못한 채 상인들만 먼저 내쫓은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신세계동서울PFV는 작년 10월 터미널 소유권을 넘겨받은 뒤 현재까지 동서울터미널 개발계획안을 서울시에 제출하지 않았다.
구체적 개발 계획을 세우기 위한 사전협상에도 아직 응하지 않았다. 사전협상이 끝나야 지구단위계획안 수립을 거쳐 최종 인허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재건축 결정까지 수년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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