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오브아메리카(BoA), 바클레이즈, 제프리즈 등 월가의 여러 금융회사는 지난해 말 S&P500지수의 2020년 목표치를 3300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30%가량 오른 뉴욕증시가 2020년엔 5~8% 더 상승할 것이란 예상이었다.
하지만 올 들어 11거래일 만인 16일(현지시간) S&P500지수는 3300을 훌쩍 넘었다. 이날 0.84% 상승해 3316.81에 마감됐다. 올 들어 다섯 번째 사상 최고치 기록이며, 올해 상승률만 2.7%에 달한다.
이런 거침없는 상승세는 ‘기록 풍년’을 만들어내고 있다. 다우지수는 지난 15일 29,000선을 넘었으며 S&P500지수는 3300, 나스닥은 9300을 훌쩍 넘었다. 3대 지수는 이날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서명,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의회 통과 등이 경기를 되살릴 것이란 기대에 따른 것이다. 전날 미국과 중국은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했고, 미 상원은 이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할 USMCA를 가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를 승인하고, 캐나다 의회가 비준하면 발효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14일 경제학자 71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분의 2는 미·중 1단계 무역합의로 미국 경제가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14일 “중국과의 1단계 합의와 USMCA 등이 올해 경제에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경제 지표는 이런 전망에 확신을 더했다. 지난해 12월 소매 판매는 전월 대비 0.3% 늘어나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또 지난주 실업보험 청구자 수는 이전 주보다 1만 명 감소한 20만4000명을 기록했다. 소비와 고용 양면에서 긍정적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4분기 기업 실적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팩트셋에 따르면 S&P500기업 중 약 7%가 4분기 실적을 공개한 가운데 이 중 76.5%가 예상보다 나은 순이익을 발표했다.
뉴욕증시 상승은 대형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이끌고 있다. 이날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은 애플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이어 네 번째로 시가총액 1조달러를 넘어섰다. 이른바 ‘MAGA(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아마존) 전성시대’다. 최근 상승세를 주도해온 애플, 아마존, MS, 알파벳, 페이스북 등 다섯 개 기술주의 S&P500지수 내 비중은 19%에 달해 5년 전 12%에 비해 폭증했다. WSJ는 “몇몇 거대 기술주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음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세계 시가총액 1위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로 1조8000억달러 수준이다. 하지만 세계 경제 흐름이 IT 주도로 바뀌면서 세계 증시도 MAGA 움직임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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