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골성당으로 유명한 에보라
포르투갈 소도시 여행의 첫 번째 도시는 에보라다. 붉은 지붕의 아담한 건물들이 레고블록처럼 오밀조밀 모여 있는 인구 15만 명의 중소도시다. 로마시대 신전 건물과 대성당 그리고 해골성당으로 유명하다. 도시는 길이 약 6㎞의 성벽에 둘러싸여 있다.
가장 큰 볼거리는 아크로폴리스언덕에 있는 디아나 신전. 2세기 말에 세워졌는데 현재는 콜로네이드만 남아 있다. 상프란시스쿠 성당에 있는 ‘해골집’으로 불리는 예배당도 볼 만하다. 내부는 사람 해골로 빼곡하다. 약 5000명의 해골이라고 한다. 유럽에는 해골성당이 여러 곳에 있다. 로마에도, 체코에도 있다. 중세 유럽에 흑사병이 만연할 때 사람들은 피할 곳을 찾아 성당으로 모여들었고, 그러다 보니 묘지도 부족해 이런 성당이 만들어졌다.
에보라에 있는 미스터 픽윅은 현지인들이 찾는 아주 작은 레스토랑이다. 이 레스토랑은 에보라에서 생산되는 와인만 취급한다. 포르투갈 와인은 저렴한 편이다. 식당에서 5유로 정도 되는 와인만 시켜도 아주 훌륭하다.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포르투갈은 와인 강국이다. 12세기부터 원산지 통제제도를 시행할 만큼 와인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특히 북쪽 지방의 도루가 와인으로 유명하다. 포르투갈 와인은 DOC(최고등급 와인), IPR(프랑스의 AO-VDQS에 해당하는 고급 와인), VR(테이블 와인 중 산지 표기가 가능한 지역, 프랑스Vdp급), VdM(원산지 표기가 없는 테이블 와인)으로 나뉘는데 이 식당에는 VR과 Vdm 등급 와인이 리스트에 올라 있었다.
포트 와인도 유명하다. 가장 유명한 것은 폰세카의 빈티지 포트. 와인평론가 제임스 서클링이 ‘포트계의 벤틀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벤틀리는 세계 3대 명차. 포트 와인은 알코올도수 20도를 훌쩍 넘긴다. 단맛이 강해 디저트 와인으로 주로 마신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어서와, 이런 포르투갈은 처음이지?
포르투갈의 베네치아 → 아베이루…인생샷 찍는 줄무늬 마을 → 코스타 노바
역사와 종교가 어우러진 곳 파티마
포르투갈의 여러 소도시 가운데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파티마다. 파티마는 성모 마리아 발현지로 매년 400만 명 이상의 순례자가 찾는 가톨릭 3대 성지 중 하나다.
100년 전, 포르투갈의 작은 시골마을. 놀고 있는 세 아이 앞에 한 여인이 나타나 자신이 성모 마리아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사람들 앞에서 그 여인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 사람은 어느 곳에서도 본 적이 없는 아름다운 여인이었습니다. 수정 유리보다 더 강하고 밝은 빛을 쏟아내는 찬란한 옷을 입고 있었어요.” 여인은 누구냐고 묻는 아이들에게 자신을 성모 마리아라고 말했다. 양을 치며 놀던 일곱 살, 아홉 살, 열 살짜리 아이 셋이 하나같이 이렇게 말했다. 아이들이 거짓말을 꾸며낼 이유가 없는 데다 말이 모두 일치했다. ‘끝자락을 별들로 장식한 드레스’를 입은 성모 마리아가 여섯 번이나 매월 약속한 날짜에 나타났고 몰려든 수만 명의 군중 앞에서 우주 쇼에 가까운 이적을 일으켰다고도 한다. 파티마는 바티칸에서 인정한 세계 3대 성모 마리아 발현지 중 한 곳이다.
리스본에서 기차로 1시간 반 정도 걸리는 토마르는 템플 기사단으로 유명한 곳이다. 크리스투(그리스도)수도원은 1119년 결성된 템플기사단의 본부가 있었다. 템플기사단은 이슬람 세력으로부터 순례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예루살렘에서 설립됐다. 그리고 1139년 아폰수 1세가 포르투 칼레 지역에서 이슬람 세력을 몰아내고 나라를 세웠는데 그 중심 도시가 포르투였다. 포르투갈이라는 나라 이름은 여기에서 시작됐다. 막강한 군사력과 경제력으로 유럽을 지배하던 템플기사단은 1307년 프랑스 왕 필리프 4세에 의해 지도부가 화형당하며 역사에서 사라졌다. 크리스투수도원은 여러 세기에 걸쳐 지어진 까닭에 마누엘, 로마네스크, 바로크, 고딕 등 다양한 건축 양식이 공존한다. 마을도 기사단의 등장과 함께 생겨났다.
수도원 복도는 무덤이다. 바닥에는 관 사이즈만큼 선이 그어져 있다. 바스쿠 다가마의 사촌도 여기 묻혔다고 한다. 미사 공간 가운데 8개의 기둥이 서 있는데 한쪽 벽이 뜯겨 있다. 나폴레옹이 쳐들어왔을 때 프랑스인들이 보물을 훔쳐간 흔적이다. 물론 아직도 돌려주지 않고 있다.
인스타그램 성지, 아베이루와 코스타노바
포르투 상벤투역에서 도시철도를 타고 갈 수 있는 작은 도시 아베이루. 이 도시의 별명은 ‘포르투갈의 베네치아’다. 별명에서 알 수 있듯 운하가 도시를 S자로 관통하고 있다. 거대한 석호와 바다 사이에 자리잡은 아베이루의 사람들은 염전과 수초를 생의 수단으로 삼았다. 주민들은 소금과 호수에서 건져 올린 수초를 옮기기 위해 운하를 조성했다. 몰리세이루는 소금과 수초를 실어나르던 배로 ‘수초를 잡은 남자’라는 뜻이다.
몰리세이루를 타면 입담 좋은 가이드가 운하를 따라가며 보이는 건물에 대해 설명해준다. 운하 옆에는 19~20세기 유럽과 미국에서 유행한 아르누보풍 건물이 꽤 많은데, 과거 소금으로 돈을 번 상인들이 부를 과시하기위해 건물을 화려하게 꾸몄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난한 어부들은 짙은 원색으로 소금창고를 칠했다. 카르카벨로스 다리 주변에 소금창고가 줄지어 서 있는데 지금은 대부분 레스토랑으로 운영된다.
포르투갈을 여행하려면 하루에 한 번은 바칼라우를 먹어야 한다. 바칼라우는 포르투갈어로 대구다. 먹거리가 부족하던 포르투갈에서는 사람들이 원양어선을 타고 북대서양으로 떠났고 대구를 낚시로 잡은 어부들은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 소금에 절여 포르투갈로 돌아왔다. 바칼라우 요리는 그렇게 시작됐다. 어느 집은 바칼라우를 바삭하게 요리하고 어느집은 촉촉하게 요리한다. 감자를 곁들이기도 하고 수란을 올리기도 한다.
아베이루 근교 코스타 노바는 포르투갈의 인스타그램 성지를 꼽힌다. 일명 ‘줄무늬 마을’로 알려진 이곳에는 노란색 파란색 붉은색 등의 줄무늬로 가득한 집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코스타 노바는 ‘새로운 해안’이라는 뜻이다.
유래는 이렇다. 바다와 호수 사이 마을은 늘 습했고 안개가 자주 끼었다. 어부를 먼바다로 떠나보낸 가족들은 늘 마음을 졸였다. 그러다 어느 한 집이 집에 줄무늬를 그려넣기 시작했다. 멀리서도 집이 잘 보이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런 까닭에 집들의 줄무늬가 다 색이 다르다. 집을 찾을 때 헷갈리면 안 되기 때문이다. 지금도 마을 사람들은 손수 페인트칠을 한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파도가 이는 나자레
포르투갈 소도시 여행의 마지막 일정은 나자레와 코임브라다. 포르투갈은 850㎞ 이상 연결된 해안을 자랑하는데 이 중 나자레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파도가 치는 곳. 세계 서퍼들이 이 파도를 타기 위해 몰려든다. 해안에 들어서면 할머니들이 무릎까지 내려오는 전통의상인 7겹 치마에 긴 양말을 신고 견과류를 판다. 할머니들의 견과류 노점 뒤편은 수베르쿠 전망대. 이곳에서 바라보는 나자레의 해변 풍경은 그야말로 예술이다. 절벽 아래로 푸른 바다가 끝없이 펼쳐진다.
수베르쿠 전망대에서 등대 쪽으로 가면 서퍼들이 경기를 펼치는 해변이 나온다. 이 해변은 미국인 서핑 선수 가렛 맥나마라가 20m가 넘는 파도타기에 성공하면서 유명해졌다.
리스본과 포르투 사이에 있는 코임브라는 코임브라대로 유명하다. 포르투갈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으로 1290년 세워졌다. 17세기에 지은 정문을 들어서면 넓은 광장이 펼쳐진다. 이 광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람들은 검은 망토를 두른 학생들.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소설 원작자 조앤 롤링은 이 대학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여행정보
아시아나항공은 내년 3월 25일까지 인천~리스본 직항 노선을 매주 2회(월,수) 단독 운항하고 있다.
에보라=글·사진 최갑수 여행작가 ssoocho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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