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극복·생존·변화·혁신·고객…5대 키워드 안고 올해도 정상 노리는 기업들

입력 2020-01-20 15:27   수정 2020-01-20 15:29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잘못된 관행은 과감히 폐기하자.” “일단 도전하고 시도하자.”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내놓은 메시지는 그 어느 때보다 절박했다. 각 산업이 어떻게 변할지, 얼마나 빠르게 바뀔지는 예측조차 힘들다. 글로벌 경쟁자들은 상상하지 못했던 제품과 서비스를 들고나오고 있고, 새로운 경쟁자도 수시로 생겨나고 있다. 나라 안팎의 불확실성은 커질 대로 커졌다. 경제계 관계자는 “새로운 10년을 위한 미래 먹거리를 찾지 못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된다는 절박함이 올해 신년사에 녹아 있었다”고 분석했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은 지난 2일 한목소리로 혁신과 도전을 강조했다. 핵심 화두는 위기 극복과 생존, 변화, 혁신, 고객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경기 화성 반도체연구소를 찾아 “과거 실적이 미래의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며 “잘못된 관행과 사고는 과감히 폐기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자”고 주문했다. 이어 “역사는 기다리는 게 아니라 만들어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문재인 대통령이 주최한 신년 인사회(대한상공회의소)에 참석한 뒤 바로 경기 화성사업장 반도체연구소를 찾아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사장단 회의를 열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혁신을 화두로 내걸었다. 정 수석부회장은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2년 연속 신년회를 주재했다. 그는 “올해를 미래 시장에서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한 원년으로 삼고자 한다”며 “혁신을 지속해나간다면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더 신뢰받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투자계획도 제시했다. 미래 성장을 위해 그룹 총투자를 연간 20조원 규모로 확대하고, 향후 5년간 100조원 이상을 쏟아붓겠다는 계획이다. 2023년까지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하고, 2025년엔 전동화 모델 44개를 내놓겠다는 계획도 소개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별도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았다. 대신 2일 그룹 내외 인사들과 ‘행복 경영’을 주제로 패널 토론을 했고, 15일엔 신입사원과의 대화를 했다. 최 회장은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일하는 방식의 혁신부터 필요하다는 판단에 신년회 형식부터 바꿨다. 그는 2일 토론회에서 “고객, 사회와 함께 행복 경영, 딥 체인지(근본적 혁신)를 추구하겠다”고 다짐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시무식을 하지 않고 디지털 영상을 통해 세계 사업장에 ‘도전 의식’을 주문했다. 구 회장은 “앉아서 검토만 하기보다 일단 도전하고 시도해야 한다”며 “안 되는 이유 100가지를 찾는 데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해야 하는 이유 한 가지를 위해 바로 나설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상품을 시장에 선보였으니 끝이라고 하지 말고, 또 다른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끝까지 고객을 살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5년 뒤 모습도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라며 “선제적 혁신을 통해 ‘게임 체인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사업 방식, 경영 습관, 근무 태도 등 모든 관행을 전면 개선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신 회장은 “디지털 전환을 통한 비즈니스 혁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올 한 해는 새로운 10년의 도약을 준비하는 해가 돼야 한다”며 “적어도 10년 뒤 한화가 미래 전략사업 분야에서 대체불가한 세계적 선도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달성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허태수 GS 회장은 “정보기술(IT)과 데이터를 결합해 사업구조를 고도화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에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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