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3년 만에 해외에서 영구채(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선다. 영구채는 만기가 정해져 있지만 발행회사의 결정에 따라 만기 연장이 가능한 채권으로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된다.
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이르면 다음달 해외 투자자를 상대로 3억달러(약 3400억원) 규모 영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최근 몇몇 외국계 증권사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발행 준비에 들어갔다. 조만간 채권 희망금리와 조기상환권(콜옵션) 등 구체적인 발행조건을 결정하고 수요예측(사전 청약)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과거 발행했던 영구채가 속속 조기상환 시점을 맞는 데 대비해 새 영구채 발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6월(2100억원)과 11월(1600억원), 12월(3억달러) 잇달아 영구채의 조기상환 시점이 도래한다. 이 회사가 조기상환권(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해당 영구채의 금리는 매년 일정 수준 상승하도록 돼 있다.
이런 이유로 상당수 기업이 기존 영구채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해 갚고, 새로운 영구채를 발행해 자본을 다시 적립하는 방식을 선택해왔다.
대한항공의 영구채 투자수요 확보에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 주총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석태수 한진칼 사장 등 기존 경영진이 사모펀드 운용사인 KCGI(지분율 17.29%) 등 주요 주주와 이사회 구성을 두고 표 대결을 벌여야 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조 회장(6.52%)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28.94%다. ‘백기사’인 델타항공(10.0%) 외에 반도건설(8.28%)과 국민연금(4.11%) 등 다른 주요 주주를 우호세력으로 끌어들이느냐가 경영권의 향방을 결정할 전망이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경우 경영권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있는 만큼 영구채 수익률이 얼마나 매력적인 수준일지가 흥행여부를 가르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이 2017년 발행한 영구채 금리는 연 6.875%에 달했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글로벌 신용등급을 발급받지 않았지만 사실상 투기등급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 신용등급은 10개 투자적격등급 중 여덟 번째로 높은 ‘BBB+’(안정적)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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