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역 인근 창신동, 신당동 일대에서 운영 중인 의류 도매점 수는 2만여 개. 이들 도매상이 옷을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찾는 사람은 디자이너다. 디자이너들에게 특정 콘셉트에 맞는 옷을 주문하면, 디자이너들이 원단 상가에 가서 재료를 찾고 그게 맞는 공장을 섭외해 옷 샘플을 만들어온다. 원단 패턴과 옷 샘플을 제작하는 디자인 개발 업체만 수백 개에 달한다.
옷 디자인이 정해지면 원단·부자재 가게로 향한다. 지하철 동대문역 9번 출구 앞에 있는 동대문종합시장은 이 일대의 원단·부자재를 다루는 상가다. 총 네 개 동이다. 총 4300여 개의 매장에서 체크, 레이스 등 셀 수 없는 종류의 패턴이 들어가 있는 다양한 소재의 원단을 판다. 청계천변을 따라서도 5000개가 넘는 원부자재 업체가 있다.
본격적으로 옷을 만드는 곳은 봉제 공장이다. 동대문종합시장 건너편, 동대문역 1번 출구로 빠져나오면 서울 시내에서 손꼽히는 봉제 거리가 나온다. 동네 이름을 따서 ‘창신동 봉제 골목’이라고 부른다. 이 골목에서 재봉틀을 돌리고 있는 봉제 공장은 현재 약 900개. 청계천변과 신당동까지 동대문 전역에서 영업 중인 봉제 공장은 3500개에 달한다.
완성된 옷은 공장에서 곧바로 동대문 일대 도매 상가로 배달된다. 20여 곳의 도매 상가는 이 물건들을 받아 전국 각지의 의류 소매상과 온라인 쇼핑몰에 새벽 차로 주문 물량을 보낸다.
동대문을 이루는 인프라는 주로 2~3인이 모여 일하는 업체와 공장들로 구성돼 있다. 패션 대기업이 운영하는 매장이나 중국, 동남아시아에 진출한 생산 공장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작다. 하지만 이들은 입소문과 수십년 동안 이어온 관계를 기반으로 거래를 하고 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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