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교육 관련 세금을 내야 하는 논리적인 이유는 없다. 정부가 1982년 교육세를 도입하면서 조세 저항이 약한 대상을 찾은 결과일 뿐이다. 문제는 당시 학생 수 급증에 따른 교육 투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딱 5년만 걷기로 한 세금을 학생 수가 줄어 관련 예산이 남아도는 지금도 운영한다는 데 있다. “‘도입 목적’이 끝난 목적세를 언제까지 내야 하느냐”는 불만이 납세자 사이에서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런 칸막이식 조세·재정정책으로 인해 정작 필요한 곳에는 돈이 부족하고, 불필요한 곳에는 넘쳐흐르는 문제가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교육 예산이 남아돈다는 건 전국 시·도교육청의 이월·불용예산(2014~2019년 연평균 5조5943억원)만 봐도 알 수 있다. 초·중·고교생 감소(2003년 783만 명→2019년 550만 명)로 시설 투자 수요가 확 줄었는데도 예산은 매년 늘어나고 있어서다.
이미 도입 목적을 달성했고, 목적과 무관한 사람에게 세금을 물리며, 그마저도 제대로 못 쓰는 현상은 교육세에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농어촌특별세, 교통에너지환경세 등 다른 목적세도 마찬가지다. 농특세는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타결로 농산물 시장 개방이 확정되자 농민을 지원하기 위해 10년 한도로 도입됐다. 하지만 농업 개방(1997년)이 이뤄진 지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운영 중이다. 농특세는 주로 소득세와 법인세 감면 금액의 20%를 떼어내는 식으로 조성한다. ‘세금 감면액’에 다시 세금을 물리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매년 불용예산이 1조원이 넘는다는 것도 교육세와 판박이다.
휘발유·경유에 매기는 교통에너지환경세 역시 1994년 도입할 때의 목적(교통시설 확충)은 사실상 끝났는데도 여전히 주요 세목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들 3대 목적세의 총수입은 2018년 24조8000억원에 이른다.
서민준 기자 mornadol@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