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이르면 다음달쯤 서울 내 준공업지역 개발 및 가로주택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한 주택공급방안이 발표될 예정이다. 지난 12·16 부동산 대책에 언급된 방안으로 국토부와 서울시는 규제 완화와 인센티브를 통해 개발을 유도할 방침이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전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재차 강조하면서 “서울 주택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준공업지역, 서울시내 가로정비사업을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공장 부지에 아파트 짓는다
준공업지역이란 주로 경공업이나 환경오염이 적은 공장들을 지을 수 있는 용도구역을 가리킨다. 과거에는 공장 시설만 들어설 수 있었지만 2009년 ‘서울시 준공업지역 종합발전계획’ 발표 이후 주거와 상업 등 복합개발도 가능해졌다. 하지만 부지면적의 10%를 기부채납해야 하고 규제가 까다로워 사업 추진이 부진한 편이다. 국토부는 준공업지역 개발을 유도하기 위해 서울시의회와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을 협의 중이다.
정부가 내놓은 활성화 방안의 핵심은 최대 용적률 400%를 적용받아 복합건축을 할 수 있는 사업면적을 기존 1만㎡에서 2만㎡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또 산업근로자 주거 지원을 위한 시설로 기존의 기숙사 외에 오피스텔을 공급할 수 있도록 했다. 기숙사는 취사 등이 불가능해 근로자들의 선호도가 떨어지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단 이런 규제 완화도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기업 등과 공동시행하거나 공공임대주택(10%) 공급 등 공공성 요건을 충족해야 적용받을 수 있다.
서울 내 준공업지역은 시 전체면적의 3.3%인 1998만㎡다. 성동구(206만1000㎡) 강서구(292만㎡) 구로구(427만7000㎡) 금천구(412만2000㎡) 등이 대표적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우선 구로구나 금천구 등 준공업지역 비중이 큰 자치구에서 개발 사업이 활발해질 전망”이라며 “구체적인 주요 사업지는 다음달 시 조례 개정 후 3월쯤 가시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범사업 대상지 후보로 신도림, 영등포 지역이 유력하다.
‘미니 재건축’도 활성화
서울시가 소규모 정비사업으로 2012년 도입한 가로주택정비사업도 다양한 지원을 받게 될 전망이다. 소규모 정비사업은 그동안 규제가 까다롭고 수익성은 낮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국토부는 작년 12·16 부동산 대책 때 발표한 가로주택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한 소규모 주택정비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 6일 입법예고했다. 다음달 15일까지 의견을 수렴한 뒤 절차를 거쳐 다음달 말이나 3월 초쯤 시행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가로구역 내 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면적을 현재 1만㎡ 이하에서 2만㎡ 이하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 250가구인 사업 규모가 500가구까지 확대된다. 또 현행 규정상 서울시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있어 가로구역 확대가 불가능한데 이 규제도 풀 계획이다.
정부는 시세보다 저렴한 공공임대주택 10% 공급 등 정부가 제시한 공공성 요건을 갖추면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에서도 제외할 방침이다. LH와 SH(서울주택도시공사) 등 공기업이 가로주택정비사업에 참여해 공적임대주택(공공임대주택+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을 20% 이상 공급하면 용적률을 높여주고 층수 제한도 7층에서 15층으로 완화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50여 곳에서 가로주택정비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권역별로 보면 강남권의 사업 속도가 빠르다. 강남4구(강남구·강동구·서초구·송파구) 29곳에서 가로주택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서초구에서는 서초동 ‘남양연립’(55가구)과 ‘한국상록연립’(47가구)이 착공 단계에 있고, 송파구에서는 마천동 ‘화인아트’(48가구)가 이주를 끝냈다. 강남구에서는 대치동 ‘현대타운’이 가장 속도가 빠르다. 올해 말 준공하면 지하 4층~지상 11층, 47가구 규모의 공동주택으로 탈바꿈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가로주택정비사업에 대한 조합과 건설사들의 관심이 커졌다”며 “주택 공급량을 추산하기에는 이르지만 향후 공급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만성적인 주택난 해소엔 한계”
전문가들은 서울의 주택공급에 물길을 트기 위한 조치라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다만 주택공급 효과가 정부의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김성환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가로주택정비사업과 준공업지역에 대한 소규모 정비활성화 방안은 시장의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며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대규모 도시정비사업이 유일한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산업시설 중 대표적인 것이 지식산업센터인데 최근 공급과잉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며 “대출 규제 강화로 이에 대한 수요가 위축된 것도 준공업지역 개발 활성화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진석/배정철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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