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간부들이 한 상갓집에서 언쟁을 벌여 책임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심재철 신임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51·사법연수원 27기)이 검찰 내부회의에서 '유재수 감찰무마 사건'과 관련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무혐의라는 취지의 의견을 내면서 시작됐다. 심 부장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승진시킨 인사다.
이에 불만을 품은 양석조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47·29기)은 지난 18일 대검 과장급 인사 상갓집에서 심 부장에게 "네가 검사냐", "조국 변호인이냐"며 반말 섞인 말투로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선임연구관은 심재철 반부패부장 직속 부하다. 조 전 장관 문제를 놓고 부하가 상관에게 공개 항명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특히 심재철 부장은 조 전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대검 연구관에게 무혐의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한국당은 20일 심 부장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한국당은 "심재철 부장은 법원도 죄질이 나쁘다고 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서 혐의가 없다고 했다"며 "조국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심 부장은 조국 전 장관에 대해 무혐의 보고서를 써오라고 지시했다. 문 정권 검찰 대학살이 수사 방해용이었음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또 논평을 통해 "정권 차원의 '조국 구하기'가 전방위적으로 자행되고 있다"면서 "조국을 무혐의로 하면, 그 다음은 또 누구인가. 김경수 경남지사,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천경득 선임행정관 등 '유재수 감찰 무마'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 혜택을 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더불어민주당은 '항명'에 초점을 맞추며 양석조 선임연구관을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와 같은 부적절한 공직기강 문란행위는 마치 할 말은 하는 기개있는 검사로 보이고자하는 이면에 검찰개혁과 대통령의 인사권에 정면 도전하고자하는 정치적 의도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사실상의 항명"이라면서 "일부 검사들의 공직기강 문란행위는 공직자로서의 기본이 되지 않은 행태로 엄중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사실상 양석조 선임연구관의 징계를 요구한 것이다.
또 민주당은 "지난 주말 상가에는 윤석열 검찰총장도 함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이 자신의 사적관계보다 검찰총장으로서의 직무에 충실했다면 부적절하고 추태에 가까운 항명을 제지하고 경고했어야한다. 그러나 이를 방관했다는 점에서 윤석열 사단의 불만 표출이 윤 총장의 지시 혹은 방조아래 이루어진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추미애 장관도 "엄숙한 장례식장에서 일반인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술을 마시고 고성을 지르는 등 장삼이사도 하지 않는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면서 "여러 명의 검찰 간부들이 심야에 이런 일을 야기한 사실이 개탄스럽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검 고위 간부가 일선 수사팀이 직접 수사해 구속영장까지 청구한 피의자를 재판에 넘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 사건의 경우 법원이 영장실질심사에서 영장을 기각하긴 했지만 조 전 장관의 범죄 혐의가 소명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은 "조국 무혐의 보고서 쓰라면 동료 검사들이 같은 검사로 보겠나"라며 "아무리 X맨이지만 그렇게 대놓고 정체를 노출하면 문(재인 대통령)도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당황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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