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자유의 정책'으로 돌아갈 때

입력 2020-01-20 18:24   수정 2020-01-21 00:18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라는 달콤한 기치를 내걸고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세금과 빚을 통한 퍼주기식 복지정책과 환경·기업·금융·주택 관련 규제를 숨 가쁘게 쏟아냈다. 결과는 치명적이다. 미래 경제성장 동력은 사라졌고 시민들은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집권 세력의 위선과 거짓, 편 가르기는 사회 전반에 불신과 갈등의 골을 깊게 했다.

현 정권의 강압에 의해 ‘가본 경험이 없는 길’을 가다가 길을 잃고 헤매는 한국 경제가 처량하다. 정권의 귀에는 ‘인간 이성의 한계를 각성하라’는 2500년 전 노자(老子)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통치자의 길을 안내하는 《도덕경》의 핵심 전제는 ‘내가 아는 것이 없음을 아는 것이 최상(知 不知 上)’, 즉 무지의 인식은 인간이 지혜롭기 위한 출발점이라는 지적 겸손이다. ‘천하를 인위로 다스리려는 자는 그것을 망친다’는 내용의 경고가 노자의 《도덕경》이라는 걸 문재인 정부는 상기할 필요가 있다.

첩첩이 쌓인 규제는 ‘창조적 영혼’을 옭아매고 투자 위축을 불러와 청년실업 급증, 자영업자의 파산, 40~50대 가장의 실직으로 이어졌다. 노자의 경고를 무시한 채 전지(全知)하다는 듯 각종 정책을 쏟아낸 결과다. 문재인 정부는 ‘알지 못하면서 아는 척하는 병(不知 知 病)’ 때문에 대한민국을 어둠 속으로 빠뜨렸다.

한국 경제는 최근까지만 해도 세계가 부러워하는 경제가 아니었나. 그런데 이젠 마구잡이로 빚을 내 현금을 뿌리는 듯한 복지정책으로 인해 국민이 쓰레기통을 뒤지고 수백만 명이 탈출하는 나라가 된 베네수엘라 꼴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넘친다. 규제가 많을수록 ‘국가는 더욱 어둠 속에 빠져든다’는 노자의 엄중한 경고를 새겨들어야 한다. 그럼에도 올해 60조원 규모의 적자 국채를 찍어 마련하는 예산 512조원을 뿌릴 작정이라고 한다.

“우리는 행복할 자격이 있다”는 이유에서란다. 그러나 우리 사회 대부분의 불행은 탈(脫)원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 잘못된 정부 정책이 만들어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백성을 아끼고 사랑한다면 국가는 간섭하지 말고, 백성이 스스로 살아가도록 내버려둬야 한다는 불간섭주의가 노자 정치철학의 핵심이다.

개인에게 각자 살아가도록 허용하면 혼란이 야기된다는 우려는 한낱 기우(杞憂)에 불과하다. ‘통제의 허상에 종지부를 찍고 스스로에게 맡김으로써 만사가 훨씬 더 용이하게 제자리를 잡아간다’는 믿음이 노자의 도사상(道思想)이다. 이게 바로 하이에크의 유명한 ‘자생적 질서’다. 도덕률도 인위적으로 만든 게 아니라 언어처럼 자생적으로 생성된다. 도(道)란 이 도덕률을 따르는 행동이다. 노자는 빈곤, 성장, 고용, 양극화, 경제력 집중 등 수많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자생적 질서의 존재를 최초로 발견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군림하는 큰 정부가 아닌, 자신을 낮추는 작은 정부다. 정부 지배를 최소로 줄일 때 개인 스스로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환경을 조성하고 덕을 실천한다는 게 노자의 탁월한 인식이었다. 행복과 번영을 달성하기 위한 최선의 길은 불개입의 원칙이라는 것이다. ‘대국을 다스리는 일은 작은 물고기를 요리하는 것과 같다(治大國若烹小鮮).’ 자칫 잘못하면 물고기가 문드러지기 때문이다. 거대 사회에서, 예를 들면 노임, 집값, 주 52시간제 등 특정한 결과를 얻기 위한 규제는 도(道)의 정책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특목고·자사고 폐지도 도의 교육정책이 아니다. 특수한 결과를 위해 시장 과정을 규제하는 건 작은 물고기를 문드러지게 하는 것과 같이 사회를 파괴하기 쉽다.

노자의 요리사는 ‘하이에크의 영국 정원사(庭園師)’와 같다. 정원의 요소들을 계획에 따라 세부적으로 배치하는 프랑스와 달리 영국의 정원사는 정원의 요소들이 스스로 성장하도록 내버려둔다. 도의 정치는 민간과 시장의 기업가 정신을 북돋우고 경제·사회의 활력을 높이는 일이다. 이를 위해 규제를 없애고 세금과 정부 지출을 줄여 자유와 재산을 보호하는 게 통치자의 도다. 이제는 정부가 방황을 멈추고, 노자에게 길을 물어 자유의 정책으로 돌아갈 때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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