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행복경영이 SK 미래"…근무시간 10%는 직원 자기계발 시간으로

입력 2020-01-20 15:23   수정 2020-01-20 15:25


지난 15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선 올 들어 두 번째 SK그룹의 신년회가 열렸다. 형식은 ‘신입사원 회장과의 대화’였다. 2일엔 그룹의 인사들이 패널 토론을 벌인 공식 신년회가 열렸다.

2일에 이어 이날도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신년사를 따로 발표하지 않았다. 신입사원들과 패널들의 이야기를 듣고, 질문을 받았다. 특히 회장과의 대담에서 신입사원들은 최 회장에게 ‘자주 찾는 맛집’ ‘최근 감명 깊게 읽은 책’ ‘좋아하는 유튜브 프로그램’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방법론’ 등을 물었다. 최 회장은 일일이 이에 대해 대답했다. SK그룹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변해야 살아남는다는 최 회장의 철학에 따라 파격 신년회를 열었다”며 “최 회장과 700여 명 신입사원과의 거리는 불과 2m였고 최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복장도 모두 비즈니스 캐주얼 차림이었다”고 전했다.

○경영진부터 변해야 딥체인지 가능

이 같은 시도는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일하는 방식의 혁신부터 필요하다는 최 회장의 판단에서 비롯됐다. 실제로 최 회장은 신년사를 내는 대신 신입사원들의 얘기를 들었다. 앞서 SK서린빌딩 인근 식당 종사자와 청년 구직자, SK에 근무하는 구성원 자녀와 워킹맘 등이 SK에 대한 바람을 담은 영상을 시청했다.

이런 SK의 ‘파격 신년회’는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최 회장은 지난해에도 신년사를 내놓지 않고 주요 관계사 최고경영자(CEO)가 패널로 나와 ‘행복’을 주제로 토론한 뒤 최 회장이 토론 내용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신년회의 사회는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패널로는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김철 SK케미칼 사장, 박상규 SK네트웍스 사장 등이 참여했다.

CEO들은 임직원의 사전 조사로 선정한 △사회와 SK 구성원의 행복 △사회적 가치(SV) 창출 △기업의 지속가능성장 등의 주제에 대해 토의했다. 이 모습은 사내방송을 통해 생방송으로 임직원에게 전해졌다. 임직원은 워라밸, 성장과 평가 등과 관련한 실시간 투표 결과를 공유하면서 양방향 소통의 기회도 가졌다. 이런 노력은 최 회장이 지난해 임직원을 직접 만나 소통하는 자리를 100회 마련하겠다고 밝히면서 100회의 행복토크로 이어지기도 했다.

○행복경영이 미래 먹거리

최 회장은 실제로 지난해 100회차 행복토크를 마쳤다. 그는 마지막 행복토크에서 “구성원들의 긍정적 에너지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던 100번의 행복토크는 매 순간이 인상적이었다”며 “SK가 추구하는 행복경영은 구성원 행복뿐 아니라 우리가 속한 사회의 지속가능성도 함께 키우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행복경영을 하는 게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사회적 가치를 생각하고 소속된 구성원의 행복을 만들어주다 보면 자연스레 기업의 이익으로도 연결되고 새로운 성장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그래서 행복경영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그는 “‘행복경영’이 구호에 그치지 않고 가시적 결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일반 경영에서 하듯이 ‘측정과 관리’가 꼭 필요하다”며 “구성원 행복과 관련한 데이터를 측정하고 분석해서 우리 자원과 역량을 어디에 우선적으로 투입할지 등을 결정하면 행복 증진의 효율성과 효과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성원의 행복은 인재 육성으로도 이어지고 있다는 게 그룹의 설명이다. SK는 구성원 역량 개발을 행복 증진의 가장 큰 요소로 보고 그룹 차원의 교육 플랫폼을 구축해 지난 14일 출범시켰다. ‘마이써니(mySUNI)’라는 이름의 SK그룹 교육 플랫폼은 △인공지능(AI) △디지털 전환(DT·digital transformation) △혁신 디자인 △행복 △사회적 가치 △리더십 등 8개 분야 450개 강의를 개설했다. 강좌는 국내외 교육 콘텐츠 개발업체와 연구기관, 컨설팅 기업 등과 협업해 만들어간다. SK그룹 임직원은 연간 근무시간의 10%에 해당하는 200시간을 무료로 학습할 수 있다. 학습에 들인 시간은 모두 근무시간으로 인정받는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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