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세습 논란'에 민주당 지도부도 반발…김해영 "국민정서상 납득하기 어렵다"

입력 2020-01-20 14:27   수정 2020-01-20 14:29


문희상 국회의장 아들의 지역구 세습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공식 석상에서 처음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동안 당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지만 지금까지 공식 석상에서 논의는 안 됐던바. 일각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해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부모가 현재 국회의원으로 있는 지역에서 그다음 임기에 바로 그 자녀가 같은 정당의 공천을 받아 출마하는 것은 국민정서상 납득하기 어렵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러한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사실상 경기 의정부갑 총선 출마를 선언한 문 의장의 아들, 문석균 민주당 경기 의정부갑 지역위원회 상임 부위원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 부위원장은 지난 11일 자신의 저서 '그 집 아들' 북 콘서트에서 "50살이나 돼서 세습이니, 아버지 뜻으로 하는 것처럼 말하면 정말 섭섭하다"라며 "아버지의 길을 걷겠지만 '아빠 찬스'는 단호히 거부하겠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세습 논란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국회에서 유력 정치인 아버지의 정치적 자산을 활용해 권력을 대물림한 경우가 몇 차례 있었지만 문 부위원장처럼 현역 국회의원인 아버지의 지역구를 곧바로 물려받은 사례가 극히 드물었기 때문이다.

김 최고위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과 달리 정치 권력의 대물림에 대해 국민이 동의하지 않는 편"이라며"지역위원장은 평소 당원을 조직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경선 시 권리당원 투표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가 지역위원장으로 있는 지역에서 그 자녀가 지역위원회의 주요 직책을 맡아왔다면 실질적으로 당내 다른 인물이 경쟁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관계자는 "당내에서 문 부위원장 공천 자체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는 인사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최고위원까지 나와 에둘러 비판한 것을 보면 이제 수면 위에서 관련 논의를 해나가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전했다.

한편 민주당은 문 부위원장의 공천을 두고 고심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 15일 문 부위원장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의정부갑 지역을 전략공천 대상에 포함했다. 현역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지역은 원칙적으로 전략공천 지역으로 삼기로 한 당내 방침에 따른 것이다.

의정부갑이 전략공천 지역으로 확정될 경우 문 부위원장은 공천에서 배제된다. 다만 지난 17일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이 "전략공천 지역 가운데 일부를 다시 경쟁지역으로 돌릴지는 앞으로 논의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혀 여지를 열어놓은 상황이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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