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밀린 주문 4만대 '없어 못파는' 그랜저…현대차, 긴급 증산 나서

입력 2020-01-20 17:26   수정 2020-01-21 02:05


현대자동차가 준대형 세단 ‘더 뉴 그랜저’ 생산량을 30%가량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작년 말 나온 그랜저의 돌풍이 예상보다 거세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밀려 있는 주문(백오더)만 4만 대를 넘어설 정도로 심각한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증산의 관건은 노사 협의다. 현대차는 그랜저 물량을 조정하려면 단체협약에 따라 노동조합 동의를 얻어야 한다. 노사 협의가 길어지면 차량 공급의 ‘적기’를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5개월간 2만 대가량 증산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그랜저 증산을 추진한다. 구매 주문을 받았지만 출고하지 못한 차량 수만 4만3000대에 달하면서다. 일부 고객은 3개월 이상 차를 기다리면서 이탈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화들짝 놀란 현대차는 공급 물량을 확보하느라 ‘초비상’이다. 결국 증산을 위해 노조에 ‘SOS’를 치고 노사 협의에 들어갔다.


현대차는 충남 아산공장에서 그랜저를 월 9000대가량 생산하고 있다. 회사 측은 우선 아산공장의 쏘나타 생산 비중을 10% 줄이는 대신, 그만큼 그랜저 생산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월 2~4회 주말 특근을 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이를 통해 그랜저 월 생산량을 3000~4000대가량 늘릴 방침이다. 5개월간 1만5000대에서 2만 대 정도 증산이 가능할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나온 신형 그랜저는 2016년 11월 출시된 6세대를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한 모델이다. 신형 모델은 나오자마자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뛰어난 디자인과 동력 성능을 갖췄다는 평가가 부각되면서다. 가격도 적절하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예전과 달리 30대와 40대 구매 비중이 커졌다.

작년 그랜저의 국내 판매량은 10만3349대로 국산차 중 가장 많았다. 작년 9월 5000대를 밑돌던 그랜저 판매량은 같은 해 11월 신차가 나오면서 12월 한 달에만 1만3170대가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적기 증산 여부가 관건”

현대차는 최대한 빨리 그랜저 증산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향후 수출 물량까지 감안하면 현재 생산량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출시 초기 인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어 조기 증산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노조도 그랜저 증산의 필요성에 대해선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노조는 생산라인의 시간당 생산량(UPH) 조정 및 특근 횟수 등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일부 노조원들의 ‘공장 또는 생산라인 이기주의’가 반복되면서 노사 합의가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작년에도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국내외 주문만 5만 대가 밀렸는데도 일부 울산공장 노조원의 ‘밥그릇 챙기기’ 탓에 제때 증산에 나서지 못한 적이 있다.

업계에선 현대차 노사의 ‘황당한’ 단체협약부터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회사는 단협 규정에 따라 신차를 생산하거나 공장별로 생산 물량을 조정하려면 매번 노조 동의를 받아야 한다. 급변하는 시장 상황을 제대로 따라가기 위해선 차종 또는 모델별 생산량을 수시로 바꿔야 하는데, 노사 협상에만 매달리다 날이 샐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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