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서 신분 세탁?…'성추행' 윤창중부터 '미투' 정봉주까지

입력 2020-01-21 11:03   수정 2020-01-21 11:47


21대 총선이 다가오면서 정치권 인사들의 출마 선언이 속속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과거 물의를 일으켰던 인사들이 각자의 명분을 갖고 출마 선언을 하고 있어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과거 성추행 논란에 휩싸였던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9일 21대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지역구는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의원이 버티고 있는 대구 동구을 선거구다. 윤 전 대변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대신해 동구을 선거구에서 탄핵이 원천무효인지 정당한 것이었는지를 국민들에게 심판받겠다는 생각에 출마를 결심했다"라며 출마의 변을 밝혔다.

윤 전 대변인은 2013년 박근혜 정부의 첫 청와대 대변인으로 발탁된 인사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 방미 일정을 수행하던 도중 '인턴 성추행 사건'에 휘말리며 취임 2개월여 만에 전격 경질됐다. 윤 전 대변인은 현재까지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청와대 하명수사'건으로 검찰 수사의 대상에 오른 이들 역시 출마를 준비 중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황운하 경찰인재개발원장과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그리고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등이다. 이들의 출마는 현재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자칫 이들의 공천이 안 그래도 껄끄러운 검찰과의 관계에서 검찰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황 원장은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대전 중구 출마를 준비해왔다. 지난해 9일에는 자신의 저서 '검찰은 왜 고래고기를 돌려줬을까'를 공개하면서 북 콘서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황 원장은 지난 15일 경찰청에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히며 "대한민국 국민 누구도 저와 같이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는 정의롭고 공정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총선 출마를 결심했다"라며 출마 선언을 했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오른 만큼 황 원장의 출마가 녹록지는 않은 실정이다.

송 전 부시장 역시 울산시 남구갑 출마를 저울질 중이다. 울산시는 지난 14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송 부시장에 대한 직권면직 의견 청취의 건에 대해 논의한 결과 현 상황에서 직무를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직권면직을 의결했다. 그러니 이번 직권면직의 배경에는 총선 출마를 준비해 온 송 전 부시장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임 전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오는 총선에서 울산 중구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임 전 최고위원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게 한 판 붙어보자며 날을 세우기도 했다. 임 전 최고위원 역시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울산시장 불출마와 함께 다른 공직을 제안받았다는 논란에 휩싸이며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의 핵심 키로 불리고 있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출마 역시 눈길을 끈다. 그는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으며 불명예 퇴진을 했지만 이번 총선에서 전북 군산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 전 대변인은 투기 의혹을 받았던 서울 동작구 흑석동 상가주택을 매각한 뒤 차익을 기부했다는 소명자료까지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에 제출했으나 현재까지 총선 예비후보 적격 판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미투 파문으로 정계를 은퇴했던, '나는 꼼수다'의 멤버로도 잘 알려진 정봉주 전 민주통합당(민주당 전신) 의원은 금태섭 민주당 의원을 '저격'하며 서울 강서갑 지역구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 정부여당의 검찰 개혁을 비판했던 금 의원을 '빨간 점퍼 입은 K 의원'이라며 칭하기도 했다. 다만 당내에서도 정 전 의원의 출마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해영 민주당 최고의원은 20일 "(정 전 의원의 출마에 대해서) 당에서 우려하는 분들이 더러 있다"라며 "개인의 선택 문제이지만 전체적인 선거 판세를 놓고 봤을 때 당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저희가 지도부에서 깊게 고민을 해봐야 할 문제인 것 같다"라고 밝혔다. 정 전 의원은 지난해 10월 미투 파문과 관련된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민주당에 복당했으며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이들의 출마를 두고 "우리 정치에서 어느덧 책임이라는 단어가 사라진 것 같다"라면서 "책임을 지고 국민들 앞에 나서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어느덧 복귀하는 모습에 정치혐오가 촉발되지 않을지 우려스럽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출마 자체는 본인의 자유이기는 하기에 유권자들에게 평가를 받으면 될 부분"이라며 "다만 이미 유권자들에게 실망을 안겨준 이들이 선거를 통해 또다시 재기하려는 모습이 옳은지는 본인들 스스로 판단을 해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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