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2심 총선 이후에나 선고될 듯…재판부 "김 지사, 드루킹으로부터 킹크랩 시연봤다"면서도 "더 따져봐야"

입력 2020-01-21 13:28   수정 2020-01-21 13:52



'드루킹 댓글조작'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항소심 재판부가 '드루킹' 김동원씨로부터 김 지사가 온라인 정보보고를 받았고, 댓글 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의 시연회를 봤다고 판단하면서도 선고를 재차 미뤘다. 오는 2월 24일 법원 정기인사가 예정된 만큼 재판부가 바뀌면 최소 4월 총선이 끝나야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부장판사 차문호)는 21일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등 혐의로 재판 넘겨진 김 지사의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21일은 원래 선고기일로 예정돼 있었으나 재판부는 하루 전인 20일 선고기일을 취소하고 변론을 재개했다. 선고를 앞두고 새로운 쟁점이 발견되거나 검찰과 피고인의 의견에 대해 추가로 심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재판부는 직권으로 변론을 재개할 수 있다.

이날 재판부는 김 지사가 드루킹으로부터 킹크랩 시연을 봤다는 사실은 상당부분 증명됐다며 앞으로 '공범 관계'를 법리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간 공판은 김 지사가 2016년 11월 9일 있었던 킹크랩 시연회를 봤는지 안 봤는지, 드루킹으로부터 온라인 정보보고를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에 집중됐다"며 "이 부분에 대해 재판부가 잠정 결론을 내린 만큼 이제는 김 지사가 댓글조작 활동의 공범인지를 심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지사 측은 1·2심 내내 킹크랩을 본 적도 없고 댓글 조작 범행을 알지도 못한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해왔다.

재판부는 추가로 심리해야 할 사안으로 △김 지사와 드루킹이 단순 지지자와 정치인 관계였는지, 아니면 선거라는 특수한 상황 속 공통된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긴밀한 관계였는지,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을 본 후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다'는 취지의 드루킹의 진술이 신빙성 있는지 △김 지사는 19대 대선을 위해 어떤 역할을 담당했는지 △민주당의 여론형성 조직엔 무엇이 있고 어떤 활동이 이뤄졌는지 △네이버 등 포털업체들이 비정상적인 이용을 차단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들였는지 △네이버 등 포털업체들의 정치 기사나 의견 표명이 중립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이용자 수의 변화가 있거나 비난이 있진 않았는지 △드루킹으로부터 '처리했습니다'는 메시지를 받고서도 문제삼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당시) 문재인 후보자에 대한 우호적인 댓글과 비판적인 댓글 등 댓글을 유형별로 분류해 피고인이 각 유형에 대해 공모 관계가 성립하는지 등 총 8가지를 꼽았다.

이어 재판부는 "이 사건은 우리 사회와 선거문화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치는 사건"이라며 "재판부도 재판이 길어지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사안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고 유죄가 인정될 경우 그 책임에 부합하는 엄정한 형을 정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의 다음 재판은 3월 10일로 잡혔다. 해당 재판은 선고기일이 아닌 양측 변론이 이어지는 공판기일이다. 재판부가 검찰과 피고인 측에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며 요구한 사안이 8가지나 되고 관련 자료 역시 방대한 만큼 선고는 총선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이날 재판 직후 취재진과 만난 김 지사 측 변호인은 "11월 9일 시연회와 관련된 재판부의 잠정적 결론은 변호인의 생각과 굉장히 다르다"며 당혹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변호인은 재판부가 드루킹과 김 지사 간의 관계를 설명하라고 한 데 대해 "의외의 석명 준비 명령"이라고 말하며 "11월 9일 시연회는 여전히 없었다고 생각하며 진전된 자료를 갖고 설명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재판부가 요구한 자료를 준비하기 위해선 증거를 수집하는 등 시간이 상당부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최소한 5~6월까지는 공판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검은 정장을 입고 법정에 출석한 김 지사는 재판이 시작되기 전 취재진과 만나 "그동안 사실관계를 밝히기 위해서 최선을 다 해왔다"며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재판에 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2016년부터 민주당 후보 당선 등을 위해 킹크랩을 이용해 불법 여론조작을 벌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7년 대선 후에는 이듬해 지방선거까지 댓글조작을 계속하기로 하고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청탁한 드루킹에게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는다.

1심은 김 지사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며 댓글조작 혐의로 징역 2년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며 법정구속했다. 김 지사는 이후 항소심에서 보석으로 풀려난 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2심 결심공판서 검찰은 댓글조작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2년 6개월을 각각 구형했다. 선출직 공무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이나 100만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된다. 일반 형사사건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도 마찬가지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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