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진보성향 시민단체들이 정부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결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벌였다
22일 참여연대, 민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평화통일을 여는 사람들을 비롯한 89개 시민단체연합은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호르무즈 파병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정부는 많은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결정했다”며 “국회 동의도 받지 않고 많은 젊은이들을 사지로 내몰았다”고 했다.
시민단체들은 이어 “미국이 카셈 술래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사살한 뒤 중동 지역은 긴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석유의 30%가 지나는 전략적 요충지인 만큼 작은 불씨 하나도 바로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1일 아덴만 일대에 나가 있는 청해부대를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한다고 발표했다. 청해부대의 작전범위를 기존 아덴만 일대(1130km)에서 오만만, 아라비아만까지 한시적으로 넓히는 방식이다. 미국 주도의 호위연합체인 국제해양안보구상(IMSC) 참여가 아니라 청해부대가 파견 지역에서 독자적으로 작전을 수행하는 ‘독자 파병’이라는 게 국방부 설명이다.
시민단체들은 “독자파병은 명백한 허위”라고 반발했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미국이 군사 행동을 같이 하자고 했을 때 정부가 과연 거부할 수 있겠는가”라며 “정부는 우리 국민을 해적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파병이라고 했는데 이번 파병으로 오히려 우리 국민들과 장병들이 더 큰 위험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임무지역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파병을 결정해 국회를 기망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종문 민중공동행동 사무처장은 "정부는 국회의 파병동의라는 기본적인 절차도 어기고 독단적으로 파병을 결정했다"며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조차도 정부 결정에 분노하고 있다"고 했다.
시민단체들은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도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반대하는 1인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다. 평통사 관계자는 “파병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1인 시위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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