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기후변화 대응을"…트럼프 "나무는 심겠다"

입력 2020-01-22 18:07   수정 2020-02-21 00:3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유럽 정상들이 올해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의 핵심 의제인 기후변화 대응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포럼 특별연설에서 다보스포럼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제안한 ‘나무 1조 그루 심기’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지금은 비관할 때가 아니라 낙관할 때”라며 “우리는 비관론을 퍼뜨리는 예언자와 대재앙에 대한 그들의 예언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학자들이 세계가 처한 긴급한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찾을 것이라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다. 다보스포럼이 올해 핵심 의제로 제시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사실상 일축했다는 것이 현지 언론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청소년 환경 운동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10대 소녀 그레타 툰베리(사진)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드러냈다. 그는 “난 그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그는 매우 화가 나 있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툰베리가 최근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에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자 트위터를 통해 “매우 웃긴다. 그레타는 자신의 분노 조절 문제에 애써야 한다”고 비꼬았다.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은 지난해 11월 전 세계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규제하기로 한 파리기후협약에서 공식 탈퇴했다. 파리기후협약이 미국 기업들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주장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30분 넘게 이어진 연설에서 다보스포럼의 핵심 의제인 기후변화에 대한 언급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반면 유럽을 이끄는 두 축인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유럽중앙은행(ECB)은 기후변화 대응을 올해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EU 정상들도 기후변화 대응을 핵심 과제로 강조했다. EU 정상들은 기후변화 대응에 미국도 동참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선거를 앞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민의 표를 얻기 위해 이번 다보스포럼에서 기후변화 대응에 대해 의도적으로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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