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첫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80의 판매량이 공개 직후 일주일만에 연간 판매 목표치에 근접했다. 내수 판매부터 판매 대박 조짐이 확인되면서 최대 수출 지역인 북미 지역 흥행에 관심이 쏠린다. 9000만원대에 육박하는 국내 풀옵션 가격이 미국 시장에선 어떻게 책정될지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22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GV80은 출시 첫날 1만5000대 이상의 계약을 성사시킨데 이어 이튿날 7000대를 추가했다. 주말에도 계약 행진이 이어지며 일주일만에 연간 판매 목표인 2만4000대에 근접했다. 향후 가솔린 모델이 출시되면 계약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현대차 영업점 관계자는 "GV80 문의 전화나 방문이 줄지 않고 있다"며 "대부분 가격대와 인도 시기를 묻는 내용이다. 상당히 관심이 높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지금 당장 계약해도 올 연말쯤에나 차를 인도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판매되는 GV80 모델은 3.0리터 디젤 1종이다. 향후 2.5리터와 3.5리터 가솔린 터보 모델을 라인업에 추가할 예정이다. 3종 중 1개 차종만으로 연간 판매 목표에 근접하면서 신차 출고 적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가솔린 터보 모델 2종까지 추가되면 출고 적체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GV80은 출시 전부터 이슈를 몰고 다닌 차량이다. 제네시스 최초 SUV라는 상징성에, 세 번이나 출시가 연기되면서 무성한 소문을 만들어냈다. 공개된 이후에도 풀옵션이 9000만원에 육박하면서 가격에 대한 논란도 발생했었다. 하지만 출시 직후 수치로 나타난 계약 행진으로 한국에서는 일단 성공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보다 충성도가 낮은 북미 등 해외에서의 성적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대차는 GV80을 올 상반기 북미를 시작으로 다른 지역으로까지 수출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마크 델 로소(Mark Del Rosso) 제네시스 북미담당 최고경영자(CEO)는 GV80의 성공에 대해서 자신하고 있다. 그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파운틴밸리에 위치한 현대차 미국법인(HMA)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올 여름 GV80을 북미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라며 "GV80은 다른 고급 브랜드에 뒤지 않을 정도로 디자인이 아주 훌륭한 차"라고 치켜세운 바 있다.
북미지역에서 GV80에 대한 제네시스 자신감은 텔루라이드에서 비롯됐다. 텔루라이드는 지난해 2월 미국 출시 후 1년이 채 안되는 기간 동안 5만8604대가 판매됐다. 텔루라이드의 선전으로 기아차는 지난해 전년대비 4.4% 늘어난 총 61만5338대를 북미 시장에서 판매했다. 지난 13일에는 미국 디트로이트 TCF센터에서 열린 '2020 북미 올해의 차' 시상식에서 텔루라이드가 유틸리티(SUV) 부문 올해의 차로 최종 선정됐다.
텔루라이드의 인기가 높아지자 기아차는 북미서 가격 인상 조치를 하며 고급화를 꾀했다.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카다이렉트에 따르면 텔루라이드의 미국 판매가격은 전보다 275달러(약 31만원) 올랐다. 가격 정책 기조 변화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텔루라이드의 인기 요인이 가성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모험을 택한 셈이다.
이미 판매되고 있던 모델의 가격 변동은 소비자들에게 민감한 문제다. 때문에 북미에서 판매될 GV80의 가격에 현대차의 고심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국내와 마찬가지로 고가로 책정할 경우 제네시스 브랜드 정체성은 유지할 수 있지만 텔루라이드와 같은 높은 판매량 담보는 어렵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책정했다가 뒤이어 올리면 소비자 저항에 부닥칠 수 있다. 때문에 텔루라이드의 가격 인상 후 시장 반응이 GV80 가격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현대차 관계자는 "GV80의 북미 지역 가격에 대해서는 정해진 것이 없다"며 "럭셔리 세그먼트에 맞는 가격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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