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정보기술(IT) 기업 중 하나인 카카오가 증권업 진출에 사실상 성공했다. 바로투자증권 인수를 추진해온 지 1년여 만에 금융당국의 1차 심사 관문을 통과했다. 대형 IT 기업을 뜻하는 ‘빅테크(BigTech)’가 증권업에 뛰어든 첫 사례다. 카카오뱅크를 통해 은행업계에 돌풍을 일으킨 카카오가 금융투자업계에도 메기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증선위, 카카오페이 증권사 인수 승인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22일 카카오페이의 바로투자증권 인수를 승인했다. 카카오페이가 인수 심사를 신청한 지 10개월 만이다. 다음달 5일 예정된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최종 승인이 나면 카카오는 이르면 다음달 증권업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
카카오의 증권업 진출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페이는 2018년 10월 바로투자증권 지분 60%를 4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고 지난해 4월 금융당국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계열사 현황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벌금 1억원에 약식기소되면서 심사가 중단됐다. 지난해 5월 1심에 이어 11월 2심에서도 무죄 판결이 나면서 증선위가 심사 재개를 지시했다.
한때 금융감독원이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심사의견 제시를 꺼리는 통에 금융위와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금감원이 최근 카카오페이가 대주주 적격성을 충족했다는 취지의 심사의견을 낸 데다 증선위도 법적 위험이 크지 않다고 판단하면서 고비를 넘겼다.
금융위 관계자는 “카카오는 대주주가 걸린 소송의 최종 결과가 나오기 전 인수를 승인한 첫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조사나 검사, 소송 등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허가 심사가 무기한 중단되곤 했지만 앞으로는 적극적으로 판단해서 금융회사의 사업 불확실성이 줄어들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빅테크 공세 거세질 듯
카카오페이가 인수할 바로투자증권은 기관투자가 간 채권중개와 펀드판매 등을 하는 소형 증권사다. 2018년 기준 영업수익 630억원, 순이익 120억원을 올렸다.
카카오페이는 바로투자증권 인수 후 사업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페이는 바로투자증권을 통해 카카오톡 플랫폼 안에서 주식 등 여러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다. 사회초년생, 대학생 등 자산 규모가 크지 않은 서민도 소액으로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하고 자산관리를 할 수 있는 금융 플랫폼을 만드는 게 1차적인 목표다. 인공지능(AI) 기술력을 활용한 비대면 기반 자산관리 서비스를 추진할 계획도 갖고 있다.
금융사들은 카카오페이의 증권업 진출을 주목하고 있다. 카카오가 인터넷은행에 이어 증권업까지 뛰어들면서 기존 금융사에 위협적인 경쟁자가 될 수 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미국 구글과 페이스북, 중국 알리바바 등 빅테크 기업들이 모바일 플랫폼과 고객군을 등에 업고 금융시장을 파고드는 추세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그는 “카카오는 금융에 IT를 접목하는 단순한 핀테크(금융기술) 업체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위협적인 경쟁상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카카오와 함께 국내 양대 빅테크 회사로 꼽히는 네이버도 금융시장에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11월 네이버파이낸셜을 분사하고 미래에셋대우로부터 8000억원을 유치했다. 올해 예적금 통장을 비롯해 대출과 보험상품, 투자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은 데 이어 증권사 설립을 위해 금융당국의 심사를 받고 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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