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즉시 환불, 믿어주세요"…중고차 업계 '비대면' 도전

입력 2020-01-26 08:31   수정 2020-02-03 10:18


"옷은 입어보고 사야지", "식품은 직접 보고 사야지", "중고차는 타보고 사야지"

직접 가게를 찾아 확인하고 구매하던 상품들이 점차 비대면 거래로 무대를 옮겨가고 있다. 온라인에서 옷과 식품 거래가 늘어난데 이어 최근에는 중고차 시장도 온라인 비대면 거래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0일 그간 현금거래가 일상이던 중고차 시장에서 차량 대금 전액 신용카드 결제가 최초로 도입됐다. 오토플러스가 운영하는 프리미엄 중고차 브랜드 리본카는 국민카드, 삼성카드, 롯데카드로 중고차 대금 전액을 결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전까지 계약금 등 일부 금액 결제는 가능했지만, 전액 결제는 이번이 처음이다. 신용카드사가 제공하는 무이자할부 등의 혜택도 이용할 수 있다.

◆ 상품 믿지 못한다면 환불 쉽다는 믿음이라도

리본카는 최근 온라인상에서 중고차 경매도 벌였다. 차량을 직접 보는 대신 스마트폰으로 사진과 정보를 확인해 입찰 여부를 결정하는 셈이다. 리본카는 받아본 차량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즉시 환불하는 72시간 환불제도 운영한다.

이 과정에서 탁송온 차량을 받아보고 반송하는 과정을 제외하면 사람을 마주할 일이 없다. 사람을 대면하지 않으니 불필요하게 얼굴을 붉힐 일도 없다. 구매한 차량에 대해서는 6개월의 무상보증 서비스가 지원되고 1년 동안 '찾아가는 케어 서비스'도 무료로 제공한다.

다른 중고차 업체들도 비대면 거래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직영 중고차 기업 케이카(옛 SK엔카직영)는 차량 사진과 사고 여부 등의 정보를 온라인으로 공개한다. 구매 후 설명과 다른 부분이 발생하면 이를 책임지고 보상한다. 구매 후 3일 동안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환불이 가능하다. 온라인 상품소개 책임을 강화하고 환불도 손쉽게 만들어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높인 것이다.

케이카 관계자는 "옷을 구매했다가 색상이나 크기가 생각과 달라 반품이나 교환을 해본 경험은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문제가 있으면 쉽게 환불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으니 온라인 구매도 늘어났다"며 "이에 착안해 중고차도 소비자 경험을 개선하고자 쉬운 환불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케이카는 구매 후 최대 1년 간 보증받을 수 있는 자체 서비스도 별도 운영하고 있다.

SK엔카닷컴은 지난 7월부터 온라인으로 중고차를 구매한 뒤 마음에 들지 않으면 7일 안에 반납할 수 있는 '엔카홈서비스'를 시작했다. AJ셀카는 판매차량 번호와 연락처만 등록하면 차량점검, 온라인경쟁 입찰, 차량대금 처리 및 탁송까지 AJ셀카가 대행하는 내차팔기 서비스를 지원한다. 딜러들은 온라인 정보만 확인하고 구매 희망가를 제시한다. 차량 판매자는 AJ셀카 매니저를 만나야 하지만, 딜러들을 접촉하진 않기에 현장감가 등의 불편을 겪지 않을 수 있다.

◆ 중고차 성장 높은 기대감…소비자 신뢰로 차별화


중고차 업계가 비대면 거래 활성화에 나선 것은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동반성장위원회에 따르면 2018년 국내 중고차 거래대수는 260만2198대를 기록해 신차 시장의 1.44배로 몸집을 불렸다. 다만 중고차 시장이 신차 시장의 4~6배에 달하는 미국, 유럽 등에는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업계는 장기리스 등 차량 금융이 발달함에 따라 국내 중고차 시장도 해외와 비슷한 수준으로 확장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업계는 확장되는 중고차 시장을 선점할 필수조건으로 소비자 신뢰를 꼽는다. 중고차 시장은 대표적인 레몬마켓으로, 극심한 정보 비대칭에 피해를 봤다고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저렴하고 좋은 중고차가 있다는 얘기에 현장을 방문했더니 차량이 이미 팔려 없다며 다른 차량을 강매했다는 이야기, 무사고 차량이라기에 샀더니 반파 흔적이 발견됐다는 등의 이야기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경제연구원 조사에서는 소비자 4명 중 3명꼴인 76.4%가 국내 중고차 시장에 대해 불투명하고 낙후됐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은 '차량 상태 불신(49.4%)', '허위·미끼 매물(25.3%)', '낮은 가성비(11.1%)', '판매자 불신(7.2%)'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워낙 낮다보니 믿을 수 있는 플랫폼은 비싸도 쓴다는 소비자 인식이 형성됐다"며 "향후 시장이 커지면 다소 비용이 들더라고 차량 상태를 투명하게 공유하고 결제와 환불이 용이한 플랫폼으로 소비자가 몰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차량을 약 3년 사용하고 반납하는 신차 장기리스 서비스, 일정 비용을 내고 원하는 차량을 이용하는 신차 구독형 서비스가 등장했다. 이들 차량이 중고차 시장에 유입되면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그 수혜는 비대면 거래를 활성화해 소비자 신뢰를 얻은 플랫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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