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방송인들이 늘고 있다.
백종원은 유튜브 채널 '백종원의 요리비책' 개설 7개월 만에 330만 명의 구독자를 모았다. 이는 구글이 선정한 전 세계 신규 채널 중 가장 빨리 성장한 10개 채널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배우 한예슬도 유튜브 '한예슬 이즈(is)'를 직접 운영한 뒤 구독자가 63만 명에 달한다.
방송인들의 유튜브는 비연예인들이 운영하는 채널과는 '때깔' 부터가 다르다. 또 놀라울 정도로 구독자 수가 빠르게 급증한다.
비결은 바로 MCN(Multi Channel Network)이다. 신세경과 같이 배우가 직접 콘텐츠 기획, 편집까지 하는 경우도 있지만 최근엔 채널 운영 노하우와 제작 베이스를 갖춘 전문 업체와 컬래버레이션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블로터에 따르면 MCN은 일반적으로 프로그램 기획, 디지털 저작권 관리, 수익 창출/판매 및 고객 개발 등 영역을 콘텐츠 제작자, 유튜버에게 지원한다.
유튜브를 기반으로 하는 MCN은 미국에서 태동하며 대표 사업자로는 메이커스튜디오, 머시나마 등이 있다.
국내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업자는 CJ E&M이다. CJ E&M 측은 크리에이터그룹을 '다이아TV'로 브랜드명을 바꿔 운영, 국내 사업자 중 가장 선두에 서 있다.
다이아TV는 유명 유튜버인 대도서관의 회사인 '엉클 대도'와 제휴 관계에 있으며 소속 크리에이터만 1400여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감스트, 밴쯔, 보겸 등 많은 네티즌들이 열광하는 유튜버들이 소속되어 있다.
이 사업자는 일반 유튜버 외에도 연예인들과의 협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33년 차 개그우먼 박미선은 기성세대가 1020세대 문화를 체험한다는 콘셉트로 리뷰형 웹 예능 ‘미선 임파서블’을 선보이고 있다.
‘쇼미더머니777’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모두 배출한 힙합 레이블 메킷레인 레코즈는 지난 3일부터 유튜브 ‘메킷원(MKIT WON)’ 채널을 통해 시즌별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는 체험형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메킷원 나플라, 루피, 오왼, 블루 등의 아티스트가 출연한다.
독립레이블 JHS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데뷔 10주년 기념 음원을 발매한 가수 전효성은 ‘블링달링 전효성’이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아이돌 메이크업, 뮤직비디오 비하인드 스토리 등의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있다.
황상준 다이아 TV 크리에이터 사업팀장은 “유명인들이 기획부터 운영까지 콘텐츠 제작 과정 전반에 참여해 팬들과 소통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며 “이들이 방송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한 의외의 모습으로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점이 디지털 플랫폼 활동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유튜버 도티와 친구 이필성 대표가 공동 창업한 '샌드박스 네트워크'도 연예인들의 콘텐츠를 제작 지원한다.
2019년 YG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 만료 후 유튜버 도전에 나선 방송인 유병재도 샌드박스 소속이다. 유병재와 '창조의 밤 : 표절제로' 열풍을 이끈 '카피추'(추대엽)도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은 상태다.
카피추은 많은 노래를 '표절' 하는 콘셉트로 불혹이라는 나이에 유튜브 '인싸'가 되고 있는 중이다. 그는 원곡 가수와 태연히 함께 노래를 부르며 자신의 노래인냥 '카피'해 네티즌들의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MBC 13기 공채로 합격했던 추대엽은 '카피추' 캐릭터를 통해 첫 번째 전성기를 맞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상식의 남자'로 화제를 모은 김구라와 그의 아들 MC그리(김동현) 부자도 샌드박스 손을 잡고 유튜브 활동에 나섰다.
'그리구라' 채널은 김구라와 아들 그리가 부모와 자녀 세대의 입장을 대변하며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콘셉트다. 김구라와 그리는 실제 구독자들로부터 받은 사연을 토대로 세대 갈등 고민을 나누는 콘텐츠와 서로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애정 어린 비평과 참견을 쏟아내는 리얼리티 콘텐츠를 다룬다. 샌드박스는 '그리구라' 채널의 론칭과 더불어 콘텐츠 기획과 제작을 함께한다.
이필성 샌드박스 대표는 "프로 예능인이자 동시에 21년차 프로아버지인 김구라의 사이다 멘트와 Z세대를 대표하는 아들 그리의 젊고 개성 있는 시선이 결합된 '그리구라' 채널의 매력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이라며 "부모와 자녀 세대 모두가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범 세대적 채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샌드박스의 노하우를 적극 발휘해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연예인들이 대거 유튜브에 진출해 레드오션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튜버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생존을 위해 자극적으로 컨텐츠를 뽑아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예인들은 방송에서 편집되어 보여지는 모습 외 자신의 진솔한 캐릭터를 보여주고자 유튜브에 도전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MCN 사업체와 협업을 하면 연예인들의 매력을 살린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어 화제성와 수익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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