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성인사에 숨은 4·15 총선 전략…민주당은 왜 용산역에 갔을까

입력 2020-01-24 15:00  


여야는 설 연휴 ‘밥상머리 민심’을 잡기 위해 일제히 설 귀성인사에 나섰다. 용산역과 서울역을 각각 찾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지도부의 행보에서 이들의 4·15 총선 전략을 엿볼 수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이낙연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 등 지도부는 지난 23일 용산역을 찾아 귀성인사를 했다. 설 연휴 동안 민주당의 ‘집토끼’인 호남을 사수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용산역은 2004년 KTX 개통 당시 호남선의 시·종착역이었다. 이후 경부선이 용산에 정차하게 됐지만 여전히 용산역은 호남선 비중이 월등히 높다. 이 때문에 서울에서 호남으로 귀성하는 시민 다수가 용산역을 찾는다. 이날 민주당 지도부도 여수엑스포역으로 향하는 KTX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민주당은 앞서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둔 설에는 서울역을 찾았다. 민주당 승세가 짙은 상황에서는 상대적으로 여당 지지세가 약한 경북·경남 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의도다. 서울역에는 영남으로 향하는 경부선 열차의 비중이 크다. 2016년 총선 직전에는 용산역을 찾았다.

이날 민주당의 용산역 설 인사에서는 최근 당에 합류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게 된 이낙연 공동상임선대위장의 활약도 눈에 띄었다. 이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용산역에서 당 지도부와 함께 시민들에게 귀성인사를 한 직후 곧바로 기자간담회를 열어 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직을 수락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전남지사를 지낸 이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을 앞세워 용산역에서 호남 민심을 한 번 더 사로잡았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 등 한국당 지도부는 서울역을 찾았다. 유승민 새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과 하태경 책임대표 등 새보수당 지도부도 서울역에서 귀성인사를 했다. 보수 색채가 짙은 정당들은 명절을 앞두고 서울역에서 귀성 인사를 한다. 다만 지난 2018년 지선을 앞두고 통합한 유승민·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 대표는 보수성향 당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서울역과 용산역을 모두 찾았다. 영·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두 정당이 통합해 탄생한 바른미래당의 정체성이 반영됐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귀국으로 재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바른미래당, 대안신당, 민주평화당 등 호남지역 기반 정당들도 일제히 용산역을 찾았다. 최경환 대안신당 대표와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등은 용산역에서 귀성길에 오른 시민들을 배웅하고 지방으로 내려가 귀성인사를 이어갔다. 최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인 광주를, 정 대표는 전주역에서 시민들을 만났다.

이번 총선을 계기로 전국 정당으로의 발돋움을 꾀하는 정의당은 서울역을 찾았다. 정의당은 특정 지역의 지지세가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최근 여영국 의원을 창원 성산 지역구에서 배출하는 등 보수성향이 짙은 영남 지역에서도 지지세를 넓혀가고 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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