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테슬라는 4.09% 급등한 주당 569.56달러로 마감했다. 시총은 1027억달러에 달해 사상 처음 1000억달러를 넘겼다. 이는 이날 997억달러를 기록한 폭스바겐을 추월한 것이다.
올 들어 주가가 30% 넘게 오른 테슬라는 이달 초 미국 GM(468억달러)과 포드(363억달러)의 시총 합을 넘어섰다. 이제 세계 자동차업계에선 1위 도요타(1985억달러)만을 남겨뒀다.
테슬라는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공장에서의 모델3 양산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6월 주가는 178달러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작년 3분기를 기점으로 생산이 안정화되면서 분기 흑자로 돌아섰다. 1분기 6만3000대에 그쳤던 판매량은 3분기 9만7200대에 이어 4분기 11만2000대까지 증가했다.
또 올초 중국 상하이 공장 가동과 함께 시작한 중국에서 모델3가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생산비 절감을 통해 차량값을 10% 인하하자 중국 매장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테슬라는 독일에서도 공장을 설립한다. 내년 완공해 주문량을 소화하지 못했던 유럽 시장에서의 병목현상을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올여름 출시될 보급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모델Y’에 대한 기대도 주가 상승 배경이다. ‘중국의 테슬라’라고 불리는 중국 바이턴의 다니엘 키르헤르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테슬라가 올해 모델Y를 내놓는데, 보급형 SUV 세그먼트는 기존 세단보다 훨씬 판매량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최근 모델Y도 중국에서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월가에선 앞다퉈 테슬라의 목표 주가를 높이고 있다. 뉴스트리트 리서치는 이날 2025년 이후 연간 판매량이 200만~300만 대에 달할 것이라며 목표 주가를 800달러로 높였다. 제프리스는 400달러→600달러, 오펜하이머도 385달러→612달러로 목표주가를 각각 상향 조정했다.
경계의 목소리도 있다. 도이치뱅크는 목표주가를 290달러에서 455달러로 올리면서 판매량이 예상만큼 증가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테슬라는 2003년 창립 이래 한 번도 연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테슬라 부흥의 1등 공신은 설립자이자 CEO인 머스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CNBC와 인터뷰를 하고 머스크에 대해 “세계의 훌륭한 천재 가운데 한 명이다. 우리는 천재를 보호해야 한다”고 치켜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를 천재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에 비유했다.
테슬라의 시총이 1000억달러를 넘으면서 머스크는 대박을 터트렸다. 테슬라 주식 3400만 주(지분 19%)를 가진 그는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주식 가치 상승 외에 회사 측과 막대한 보너스 계약을 맺고 있다. 2018년 연봉을 받지 않는 대신 향후 시총 규모에 따라 최대 558억달러 규모의 주식을 받는 단계적 보상 계약을 체결한 것. 그 첫 번째 단계가 시총 1000억달러다. 향후 한 달 연속, 그리고 6개월 평균 시총 1000억달러가 유지되면 첫 보상으로 3억4700만달러(약 4054억원) 규모의 주식을 받는다. 시총이 더 증가하면 받는 주식 수도 늘어난다. 10년 내에 시총이 6500억달러가 되면 머스크는 최대 558억달러 규모의 주식을 받을 수 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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