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전직 CEO 6인 "40년 노하우 스타트업에 기부"…최고 전문가들이 뭉쳤다

입력 2020-01-27 17:30   수정 2020-01-28 03:24


“이 대표님, 이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면 3년 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하십니까?”

지난 22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교대역 인근 빌딩에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컨설팅 그룹 회의가 한창이었다. 30~40대가 대부분인 여느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창업 지원 전문 조직)와는 달랐다. 컨설턴트들의 평균 연령은 64세. 머리는 희끗희끗했지만 스타트업 사업성을 분석하는 이들의 눈매는 날카로웠다.

LG그룹 전직 최고경영자(CEO) 여섯 명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 날개를 달아주기 위해 스타트업 컨설팅 그룹 ‘엔젤6+’로 뭉쳤다. 박진수 LG화학 이사회 의장, 유진녕 전 LG화학 사장, 이우종 전 LG전자 사장, 박종석 전 LG이노텍 사장, 신문범 전 LG스포츠 사장, 김종립 전 지투알 사장 등 여섯 명이 주인공이다. 각기 화학 및 기초 소재, 연구개발(R&D) 및 특허, 자동차 전장, 소재·부품, 글로벌 마케팅, 광고 마케팅 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비슷한 시기에 은퇴한 이들은 지난해부터 같은 층 사무실을 쓰게 됐다. 30~40년 직장생활을 마무리한 ‘해방감’과 함께 허무함도 동시에 밀려왔다. 박 의장은 “CEO를 하면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창업자들에게 전수해주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에 모두가 선뜻 동의했다”고 모임 계기를 설명했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경영 체계가 다르지 않을까. 이 전 사장은 “CEO가 하는 의사결정은 본질적으로 좋은 아이디어를 발굴해 프로모션하는 것”이라며 “신선한 아이디어를 발견하면 본능적으로 가슴이 뛴다”고 했다. LG화학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지낸 유 전 사장도 “CTO 시절 내 업무는 20~30대 연구원들의 신선한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컨설팅 분야는 크게 두 부분이다. 스타트업 창업 지원과 중소기업 경영 컨설팅이다. 스타트업은 어떤 아이디어가 사업성이 있는지를 판단하고, 이를 사업화하는 과정에서 멘토링 한다. LG전자 인도·중국사업 총괄을 지낸 신 전 사장은 “시대의 변화 속에서 어떤 아이디어가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할 수 있을지 판단해주는 조력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는 사업 영역을 대학 내 스타트업 등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중소기업에는 R&D, 제조, 특허, 마케팅 등에 대한 경영 컨설팅은 물론 글로벌 판로 개척도 도와준다. 박 의장은 “이곳에 모인 대표들은 대부분 소재·부품 전문가로, 글로벌 기업과의 네트워크도 탄탄하다”며 “생산 노하우부터 글로벌 기업으로의 판로 개척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에게도 ‘엔젤6+’ 창립은 모험이다. 컨설팅을 위한 각종 비용을 충당할 자본금은 갹출했다. 박 전 사장은 말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사회에 기여할 때 존재 가치를 느낍니다. 우리보다 젊은 나이에 퇴직한 임원들이나 아직 취업을 못한 젊은이들에게 ‘아이디어가 힘이다’ ‘누구나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습니다.”

광고 전문가인 김 전 사장은 새해를 맞아 이들 여섯 명의 얼굴이 그려진 ‘방패연’을 선보였다. 박 의장은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을 통해 한국의 소재·부품 경쟁력을 지키고(방패), 띄우는(연) 조력자가 되겠다”고 말하며 웃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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