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 중국 정부가 중국인의 해외 단체여행을 사실상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이 조치에 일본 정부는 ‘이래도 울상, 저래도 울상’인 상황에 처했습니다. 전염병의 일본 내 확산 가능성을 우려하는 상황에선 중국 관광객의 대거 유입이 꺼림칙한 반면 중국인 없이는 올해 방일 관광객 4000만명 유치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요미우리신문, 산케이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중국 정부의 해외 단체여행 금지 조치로 ‘방일 관광객 4000만명’목표는 사실상 물이 건너갔다고 보도하고 나섰습니다. 한·일 관계 악화로 한국인 관광객이 급감한 상황에서 규모면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던 중국인 관광객마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어 일본 정부의 관광정책이 방향을 전환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일본 정부는 도쿄 올림픽 등이 개최되는 올해, 지난해(3188만명) 대비 방일 관광객을 25%이상 늘린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연초부터 큰 암초를 만난 모습입니다. 아베신조(安倍晋三)일본 정부는 관광산업 증진을 성장전략의 일환으로 강조하고 있으며 아베 총리는 지난 20일 중의원(하원)본회의 시정연설에서도 “관광 인프라를 갖춰 2030년에 방일 관광객 6000만명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일본 방문 관광객의 30%가량을 차지했던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 당장 지난해 1조7718억엔(약 18조8863억원·일본 내 외국인 소비의 36.8%)규모였던 중국인 관광객의 일본 내 소비도 크게 줄 수밖에 없어, 일본 내 경제에 미치는 충격도 적지 않을 것이란 전망입니다. 노무라증권 추산에 따르면 방일 외국인이 10%줄어들 경우, 4800억엔(약 5조1165억원)규모 소비가 감소할 것으로 점쳐졌습니다. 국내총생산(GDP)이 0.1% 줄어드는 영향이라는 설명입니다.
중국 정부의 단체여행 금지 조치는 일본 관광업계에 즉각 영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후지산 등지에서 중국인 대상 관광 사업을 하는 한 업체의 경우, “아침부터 예약 취소 연락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27일 이후로만 480건, 2만명 규모의 단체관광 예약이 취소됐다”고 전했습니다.
일본 정부관광국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959만4300명이 일본을 방문하며 전년 대비 14.5%나 방문객이 증가했습니다. 국가별 방문객수 1위 자리를 오랫동안 지켜오고 있습니다. 특히 한·일 관계 악화로 지난해 한국인 관광객이 25.9%감소한 가운데 중국인 관광객은 일본 관광산업을 지탱하는 기둥 역할을 했지만 이마저도 유지되기 힘들게 됐습니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은 단체 관광객 비율이 30%이상 달해 중국 정부의 조치가 일본 관광산업에 ‘직격탄’이 되는 분위기입니다. 미쓰비시UFJ모간스탠리증권 등은 “2003년 사스 사태에 비해 일본 입국자 감소 규모가 트고 일본 내 경제에 미치는 마이너스 영향도 클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본 관광산업은 관광객의 70% 이상을 중국, 한국, 대만, 홍콩 등 4개국(지역)에 의존해 왔습니다. 중국은 ‘우한 폐렴’탓에, 한국은 ‘한·일 관계 악화’탓에, 홍콩은 민주화 운동에 따른 정치 불안 때문에 관광객들이 일본을 찾을 여건이 아닌 모습입니다. 최근 몇 년간 승승장구해왔던 일본 관광산업이 당초 큰 기대를 모았던 도쿄 올림픽이 열리는 해에 역설적으로 쇠락의 기로를 맞이한 것 같은 모습입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