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분위기가 풍기는 인도양 섬나라
내셔널 지오그래픽 트래블러가 선정한 세계 최고 해변으로 꼽힌 섬나라 세이셸. 세이셸을 특별하게 해주는 것은 변화무쌍한 화강암 해변이다. 햇빛의 각도에 따라 회색빛과 오렌지빛을 내는 거대한 화강암은 감탄사를 불러일으킨다. 영화 ‘캐스트 어웨이’ 촬영지로도 유명한 앙스 소스 다종 해변은 세이셸에 가야 할 이유를 알려준다.
‘죽기 전 한 번쯤 가보고 싶은 나라’에 꼽히는 세이셸은 셀럽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윌리엄 왕세손 부부는 허니문 여행지로, 데이비드 베컴은 결혼 10주년 기념 여행지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가족여행지로 세이셸을 선택했다.
인도양에 있는 작은 섬 세이셸. 공식 명칭은 세이셸공화국(Republic of Seychelles)으로 아프리카 케냐 동쪽으로 1593㎞ 거리에 떠 있다. 크고 작은 115개 섬으로 구성돼 있으며, 세이셸을 대표하는 섬은 마헤(Mahe), 프랄린(Praslin), 라디그(La Digue)다. 이 중 마헤는 세이셸 전체 인구의 80% 이상이 살고 있는 가장 큰 섬이다. 세이셸의 탄생은 무려 1억5000만 년 전으로 올라간다. 거대한 대륙이었던 곤드와나랜드가 지각변동으로 바다에 가라앉았는데, 그중 남아있는 봉우리가 오늘날 세이셸이다.
세이셸은 유럽보다 아프리카에 가깝지만 유럽 분위기가 진하게 풍긴다. 역사를 보면 이유를 감지할 수 있다. 18세기에는 프랑스의 영향을 받았으며, 19세기에는 모리셔스에 속해 있었다. 1903년에는 영국 식민지가 됐고, 1976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했다. 언어도 프랑스어와 영어, 크레올어 세 가지를 공용어로 사용할 정도로 여러 문화가 혼재한다. 세이셸 사람들은 세이셸로아(Seychellois)라고 부르는데 크레올과 인도, 중국, 프랑스, 영국인의 혼혈 등 다양하다. 친화력이 좋은 세이셸로아는 작은 것에서 만족을 느끼며 단순한 삶을 즐긴다. 인구는 9만여 명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1만7050달러(2019년 IMF 기준)에 달한다.
직선과 곡선의 조화, 앙스 수스 다정 해변
세이셸의 수많은 섬 중 가장 인상적인 섬은 라디그(La Digue) 섬이다. 화강암 해변인 앙스 소스 다종(Anse Source d’Ardent)이 이곳에 있다. 세이셸을 대표하는 섬으로 어디에서 사진을 찍어도 작품이다.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때 묻지 않은 자연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신과 자연이 함께 만든 위대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기묘묘한 바위를 바라보며 해변을 여유롭게 산책하다 보면, 세이셸에 ‘천국과 가까운 섬’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를 알 것 같다. 해변 풍경도 다채롭다.
에메랄드빛 바다에서 수영을 즐기는 사람, 기암괴석을 바라보며 명상에 잠긴 사람,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해변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사람까지, 해변에 어우러진 풍경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인도양의 작은섬, 셀럽들의 로망 여행지가 된 이유
자이언트 육지거북이 쓰담쓰담…기암괴석 앞에서 인생샷…
라디그는 섬이 아담해 2~3시간이면 대부분 돌아볼 수 있다. 라디그 섬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전거를 타는 것이다. 라디그 섬에는 자전거를 빌려주는 숍이 많다. 한적한 라디그 섬을 여유롭게 돌아보는데 자전거만 한 교통수단이 없다. 라디그 섬의 자전거에는 대부분 수영복과 간식을 넣을 수 있는 아담한 바구니가 달려있어 피크닉 분위기가 난다. 해변을 다 즐겼다면, 자전거를 타고 크레올 전통방식의 코코넛 가공 공장과 바닐라 공장도 천천히 둘러보자.
세계에서 가장 작은 수도, 빅토리아
세이셸에서 꼭 들르는 섬이 주도인 마헤다. 다른 나라와 연결해주는 국제공항이 마헤에 있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수도로 유명한 세이셸의 수도, 빅토리아(Victoria)도 마헤에 있다. 세이셸의 심장으로 대통령궁을 비롯해 성당, 박물관, 재래시장 등 세이셸의 모든 면을 볼 수 있다. 빅토리아 중심에는 1903년 영국 왕실로부터 받은 영국 빅벤 모양을 본뜬 시계탑이 있고 시계탑 주변에서 마헤의 행사들이 주로 펼쳐진다.
빅토리아에서 가장 북적이는 거리는 레볼루션 애비뉴와 퀸시 스트리트 주변으로 세이셸 토착예술품을 볼 수 있는 갤러리가 있다. 18~19세기 프랑스와 영국 식민지 시대에 세워진 2층 건물도 남아있어 고풍스러운 건축물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세이셸 사람들의 먹거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셀윈 클라크 마켓(Sir Selwyn Clarke Market)은 1840년 문을 연 유서 깊은 재래시장이다. 세이셸에서 군의관으로 일한 영국인의 이름을 따 셀윈 크라크 마켓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시장에는 흥미로운 식재료와 기념품으로 넘친다. 인도 문화 영향으로 다양한 향신료도 가득 쌓여 있었다. 바닐라와 레몬그라스 등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재료들도 구할 수 있고, 유명한 세이셸 거북이 그려진 티셔츠를 비롯해 기념품도 볼 수 있다.
섬 하나를 더 꼽으라면 마헤에서 북동쪽으로 45㎞ 떨어져 있는 프랄린 섬을 추천한다. 에덴동산이라고 불리는 발레 드메(Vallee de Mai) 국립공원이 프랄린에 있다. 발레 드 메 국립공원은 ‘오월의 계곡’이라는 뜻을 가진 곳으로, 1983년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등록돼 보호받고 있다. 키 큰 야자수가 거대한 숲을 이루고 있어, 마치 거인의 나라에 온 듯한 기분이 든다.
원시림과 함께 발레 드메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코코 드 메이르(Coco de Mer)다. 세상에서 가장 크고 무거운 씨앗으로 알려진 코코 드 메이르는 특이한 생김 때문에 한번 보면 잊을 수가 없다. 나무 열매가 암수에 따라 여성의 엉덩이와 남성 성기를 닮았기 때문이다. 공항을 비롯해 대부분 기념품 가게에서 코코 드 메이르 마그네틱을 판매할 정도로, 세이셸을 대표하는 아이콘 중 하나다.
여행 마무리는 타카마카 럼 한 잔으로
세이셸에서 유심히 찾아봐야 할 또 하나는 자이언트 육지 거북이다. 세이셸에서 거북은 친숙한 동물인 데다 개체 수도 많다. 세이셸 인구가 약 9만 명인데, 거북 수는 15만 마리가 넘는다. 애완용으로 집에서 기르기도 한다.
세이셸 거북은 수명이 100~225년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 사는 동물로 꼽힌다. 이름도 자이언트 육지거북이다. 등 길이는 90~120㎝, 몸무게가 300㎏에 육박할 정도로 거대하다. 일부 리조트에서는 자이언트 육지거북에게 먹이를 주는 프로그램도 진행하니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보자.
여행 마지막 날에는 세이셸의 명물 럼을 한잔 마셔보는 게 어떨까. 럼은 사탕수수즙을 발효해 증류한 술로, 타카마카(takamaka) 럼이 유명하다. 해변가에 럼 양조장도 있어 관심이 있다면 양조장에 들러 럼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보는 것을 추천한다.
200년 전에 팜유를 만들던 농장을 개조해 양조장을 세웠다. 사탕수수를 직접 짜는 과정부터 어떻게 럼을 만드는지, 럼산업의 발전과정 등을 자세히 설명해준다. 참가자들이 가장 흥겨워하는 시간은 투어를 마친 후에 진행하는 시음시간이다. 타카마카에서 만드는 럼을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알코올 40%가 넘는 다크 럼은 술 애호가들에게 인기다. 술에 약한 여성들을 겨냥한 코코넛이나 파인애플 같은 과일 향을 넣은 럼도 있다.
세이셸=글·사진 채지형 여행작가 travelguru@naver.com
여행정보
세이셸로 가는 직항편은 없다. 에티하드항공을 이용해 아부다비를 거쳐 마헤로 들어간다. 인천에서 아부다비까지 약 10시간, 아부다비에서 마헤까지 약 4시간30분 걸린다. 에티하드항공은 아부다비~마헤를 주 12회 운항한다. 에미리트항공을 타고 두바이를 경유해 갈 수도 있다. 날씨는 전형적인 열대성 기후로 연중 24~31도다. 1년 내내 해수욕을 할 수 있다. 세이셸은 우리나라보다 5시간 느리다. 서울 오전 9시일 때 세이셸은 새벽 4시다. 세이셸은 세이셸루피(SCR)를 사용한다. 1세이셸루피는 한화로 약 85원(2020년 1월). 호텔과 레스토랑에서는 달러와 유로를 쓸 수 있지만, 재래시장은 세이셸 루피만 받는다. 재래시장에서 쇼핑할 생각이라면 넉넉하게 루피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출국 전 예방접종은 따로 필요 없다. 그러나 세이셸과 함께 다른 아프리카 나라를 함께 여행할 계획이라면 황열병 예방접종을 미리 받아야 한다. 비자 없이 90일간 여행할 수 있다. 세이셸 음식은 크레올 음식(Creole Cuisine)이라 불리며 프랑스와 아프리카, 중국, 인도 그리고 영국 요리법의 영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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