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반성할 건 반성하겠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27일 ‘설 민심 보고’ 기자간담회에서 “이제 그만 싸우고 일 좀 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고칠 것은 과감히 고치겠다”고 말했다. 작년 4월부터 이어진 검찰 개혁 이슈에 국민이 피로를 느끼고 있다며 국민이 체감할 민생 법안 통과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검찰(과 관련한) 일은 정부에 맡기고 국회는 민생을 먼저 해결하라는 게 설 민심”이라며 “검찰 인사 등에 정치권이 개입하는 것은 이제 끝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2월 임시국회는 민생 입법 처리에만 온전히 집중하는 ‘일하는 국회’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조 의장은 우한 폐렴과 관련한 검역법 개정안과 해외금리연계 파생상품(DLF) 사태 등을 막을 금융소비자보호법 등을 우선 처리 법안으로 꼽았다. 기동민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검역법 개정안은 감염병의 위험도에 기반한 검역 관리, 지역사회 연계를 통한 해외 감염병 통합관리 도입을 골자로 한다.
다른 여당 의원들도 남은 총선은 민생에 집중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고 전했다. 민주당 경남도당 위원장인 민홍철 의원은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검찰 인사 등 정부 내 혼선과 잡음이 끊이지 않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다”며 “침체를 겪고 있는 경남 지역 부동산 경기 등을 살려야 정부 지지율이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내 유일한 광주 지역 의원인 송갑석 의원(서구갑)은 “정쟁보다는 광주형 일자리 안착 등 지역경제를 살리는 데 노력해달라는 요청이 많았다”고 했다.
심재철 “4월에 심판하겠다”는 여론 많아
한국당은 정부의 검찰 장악 등에 “더 세게 싸워달라”는 요구가 많았다고 전했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올해처럼 설 대목이 없는 건 처음 본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도저히 안 되겠다’라거나 ‘이번 4월에 반드시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말씀이 많았다”고 했다.
한국당은 ‘검찰 학살 TF(태스크포스)’도 구성하기로 했다. 심 원내대표는 “연휴 직전인 23일 청와대가 ‘검찰 2차 대학살’을 자행했다”며 “특검을 추진하고 총선에서 이겨 반드시 이 문제를 짚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지역 민심을 돌아본 주호영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검찰을 마음대로 주무르려고 하는 정부를 향해 ‘문재인 대통령을 끌어내려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고 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제1 야당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질책도 들었다고 전했다. 주 의원은 “한국당이 정부의 폭정에 (왜) 더 세게 대응하지 못했느냐는 질책이 많았다”고 전했다. 정태옥 한국당 의원은 “검찰 손발을 다 자른 것에 대해 총선에서 심판하겠다고 말하는 분이 많았다”고 했다. 설 연휴 또 다른 화두인 우한 폐렴에 대해 조경태 한국당 의원(부산 사하을)은 “정부가 너무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정부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여야, 본격적인 ‘총선 모드’ 돌입
여야는 본격적인 개혁 공천 경쟁에 들어갔다. 김형오 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열린 공천관리위원회 2차 회의에서 “국론 분열, 무소신·무책임한 행태를 하는 사람이 퇴출당하도록 할 것”이라고 새 기준을 제시했다. 또 “공관위가 황교안 대표 체제와 ‘원팀’으로서 정치적 공동 책임을 지는 관계가 돼야 한다”고 했다. 공관위가 목표로 제시한 ‘지역구 3분의 1 컷오프, 현역 50% 교체’에 황 대표도 동의하고 있다는 걸 강조한 것이다. 황 대표는 이날 “공천 혁신을 이루지 못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공천을 하게 된다면 자유한국당은 망한다. 대한민국이 망한다”며 “야합으로 뭉친 거대 여당 세력에 맞서 똘똘 뭉쳐 단일 대오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28일 현역의원 하위 20% 대상 의원을 개별 통보한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내 공천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우섭/성상훈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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