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환자, 강남·일산 오가며 호텔·병원·식당 등 출입

입력 2020-01-27 16:57   수정 2020-01-28 00:52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세 번째, 네 번째 확진자가 격리되기 전 여러 지역을 돌아다닌 사실이 알려지면서 서울 강남, 경기 고양시 일산 등 해당 지역 주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특히 정부는 지난 26일 세 번째 환자 확진 사실을 발표하면서 이동 경로 등을 밝히지 않았다가 27일 뒤늦게 공개해 “안이하게 대처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확진자 입원 병원 인근 주민 ‘비상’

27일 질병관리본부는 국내의 우한 폐렴 세 번째 확진자로 확인된 남성 A씨(54)가 증상을 보인 22~25일 이동 동선을 공개했다. A씨는 22일 개인 렌터카로 오후 1시께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글로비성형외과에 방문하고, 인근 식당에 간 뒤 역삼동 뉴브호텔에 묵었다. 이날 저녁 7시께부터 열 등 증상이 나타났다. 23일 점심때 한강 산책을 나가 한강변 편의점(GS 한강잠원 1호점)을 이용한 뒤 역삼동과 대치동 일대 음식점에 갔다. 24일 글로비성형외과를 다시 찾았고, 오후에 일산의 음식점과 카페를 방문했다가 25일 ‘1339’에 신고하기 전까지 일산의 모친 자택에 머물렀다. 접촉자는 총 74명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정부가 동선을 공개하기 전인 26일 A씨가 명지병원에 입원한 사실이 밝혀지며 일산의 온라인 커뮤니티와 맘카페에는 불안을 토로하는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 맘카페에는 “세 번째 확진자가 일산의 어머니 집에 갔다”며 일산 지도와 특정 아파트 단지 이름을 거론한 글이 게재됐다. A씨가 일산의 특정 대형쇼핑몰과 전통시장, 서울의 관광명소 등을 방문했다는 소문도 퍼졌다.

‘확진자 동선 공개하라’ 국민청원 등장

질병관리본부는 27일 A씨의 동선을 공개하며 “A씨가 방문한 의료기관과 호텔 모두 환경소독을 했고 그가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 식당 등은 순차적으로 방역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구청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A씨가 의료기관과 음식점 외 편의점, 약국까지 총 11곳을 방문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강남구에 따르면 A씨와 강남에서 ‘밀접 접촉’한 61명 중 의심 증상이 있는 사람은 파악되지 않았다.

그러나 A씨의 동선을 뒤늦게 알게 된 강남 주민들은 “확진자가 활보한 강남 일대를 시민들이 돌아다니도록 방치했느냐”며 “정부가 국민의 눈과 귀를 막았다”고 분노하고 있다. A씨가 강남의 성형외과에 두 차례 방문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인근 성형외과 예약 취소를 고민하는 글도 온라인에 올라오고 있다.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우한 폐렴 확진자 동선을 알려주세요”라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글을 올린 이는 “우한에서 입국하고 발열 등 증상이 있어도 고의로 신고하지 않은 사람에게 벌금 등 강력한 조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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