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시각] 毒이 될 수 있는 중국의 '유니콘 기업'

입력 2020-01-27 17:17   수정 2020-01-28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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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unicorn) 기업’이 세계 경제의 신데렐라로 각광받고 있다. 유니콘 기업 수의 순위가 한 나라 경제의 혁신 역량을 가리키는 지표로 활용된다. 기업가치가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에 이른 신생 벤처기업을 가리키는 ‘유니콘 기업’은 정보기술(IT) 및 첨단 기술과 새로운 소비 생태계를 접목해 수익 모델을 창출한 경우가 많다. 중국의 한 경제연구기관은 지난 18일 세계 500대 유니콘 기업에 중국 기업이 217개, 미국 기업이 193개 포함됐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미·중 무역갈등 과정에서 자국 기술수준의 취약성으로 인해 위축됐던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유니콘 기업의 성장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중국 경제의 역동성과 새로운 성장 공간, 강화된 위상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유니콘 기업 수의 빠른 증가는 기대와 함께 우려도 자아낸다. 성숙한 시장경제의 법치 등 제도적 장치가 미흡한 중국에 불고 있는 유니콘 기업 열풍을 혁신의 상징으로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취약한 기술 기반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진 벤처 창업 자본시장의 ‘한탕주의’가 거품을 야기할 수 있다. 유니콘 기업 붐은 중국의 ‘중국제조 2025’ 기술굴기 전략에 편승하려는 기업의 ‘도덕적 해이’와도 무관하지 않다. 한동안 세계 유명 기업의 인수합병(M&A)에 몰입하던 중국 기업들이 이제는 인공지능(AI)과 IT 산업 기반으로 유니콘 기업 창출에 몰린다.

2000년대에 들어 중국은 세계 기업 인수합병 시장의 큰손으로 통했다. 외환 보유액이 급증하자, 서방 시장의 보호주의 장벽 우회와 기술 및 자원 획득을 목표로 중국 정부는 국유기업을 앞세워 해외기업 사냥에 나섰다. 중국 기업은 특히 서방의 유명 브랜드 인수에 적극적이었다. 2005년 레노버(聯想)가 인수했던 IBM PC 부문이 대표적이다. 당시에도 이미 사양산업의 길로 접어들던 PC 영역이었다. 점차 국내 시장 경쟁에 노출된 중국 최대 PC 제조기업 레노버는 미국을 상징하는 기술 기업인 IBM 브랜드를 인수함으로써 기업 인지도를 높이고, 중국 정부에는 국력 신장의 징표를 선물했다. 이후 레노버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지 속에 승승장구했다.

세계경제의 변화 추세와 중국 정부의 희망을 간파한 중국 경제계는 유니콘 기업 창출로 눈을 돌렸다. 그러나 중국의 유니콘 기업 붐은 지속 가능한 수익모델 창출의 어려움, 구조적인 국가 권력 의존성, 기존 대형 기업의 하향식 투자 등 문제를 지니고 있다. 기술혁신 없이 기존 기술을 인터넷망에 접목시킨 상업 서비스 모델 중심으로 성장하다보니 시장 선점과 독점적 지위 유지를 위한 정부의 지지와 보호를 필요로 한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혁신적 기술 결합을 통한 지속가능한 수익 모델 창출과는 거리가 있다.

중국 유니콘 기업의 70% 이상은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 기존의 거대 IT기업이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 혁신형 수익 모델에서 출발해 자본을 모으는 상향식 벤처기업 발전 모델과 다르다. 거대 IT 기업의 투자 자체가 ‘투기성’ 프리미엄을 보장한다. 중국의 유니콘 기업은 진정한 혁신성보다 새로운 수익 영역의 선점 여부가 성공의 관건이다. 14억 인구의 거대 시장에서 진정한 기술 경쟁보다 중국 정부와의 ‘관시’에 의한 독점적 지위 유지가 더 중요하다.

국력 과시라는 목표를 위해 유니콘 기업을 내세우는 중국 정부의 전략은 중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인 고용기회 창출과 빈부격차 해소 등의 구조적 문제와 상충되기도 한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인터넷망의 연결을 통한 서비스산업은 자본 투입량 대비 고용효과가 낮다. 또 갈 길이 먼 중국 경제가 필요로 하는 자본을 소수의 기업에 집중시켜 유니콘 기업 창출이라는 일종의 ‘사행심(射倖心)’에 편승토록 해 중국 사회의 균형 발전을 저해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사회주의 국가 중국에서 관(官)의 지지와 보호에 의존하는 유니콘 기업은 정치 풍향에 취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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