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에 '중국인 공포증'으로 전전긍긍하는 대림·명동 상권

입력 2020-01-28 14:31   수정 2020-01-28 14:33

중국인들이 자주 드나드는 명동·대림 일대 상권이 중국 우한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비상이 걸렸다. 바이러스 감염을 우려하는 일대 상인들은 중국인은 물론 한국인 고객의 발길까지 끊겨 매출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28일 오전 9시 서울지하철 2·7호선 대림역 일대 출근길. 역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의 절반가량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대림동에서 사무직 일을 하는 20대 여성 임 모씨는 “바로 옆자리에 근무하는 중국인 직원이 고향에 갔다가 오늘 귀국했다”며 “설 연휴에 중국으로 다녀온 주변 중국인들이 재채기만 하면 마음이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날 대림역 주변 상가에 있는 직원들도 둘 중 한 명꼴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대림역에서 50m 떨어진 거리에 있는 카페에서 근무하는 이모씨(25)는 “오늘 아침 커피를 주문하러 오는 한국 사람이 한 명밖에 없었다”며 “한국인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고 걱정했다.


중국 관광객이 즐겨 찾는 명동 분위기도 대림동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날 오후 명동예술극장 앞 노점상 이모씨는 “방역마스크를 구해서 판매라도 해야 수익이 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손님이 급감한 노점 주변과는 달리 명동 인근 약국에선 마스크를 구매하려는 관광객들이 줄지어 기다리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약국마다 입구에 박스째 포장된 방역마스크를 쌓아두고, 마스크 판매에 열을 올렸다.

다이소 등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소매점도 마스크를 매장 입구에 대량으로 진열해놨다. 다이소 명동본점에 있는 한 직원은 “마스크가 너무 많이 팔려 바쁘다”며 “계산하는 고객들 반 이상이 마스크를 구입한다”고 했다. 매대에 있는 마스크를 10개 이상 대량으로 한 번에 구매하가는 중국인들도 있었다. 올

이날 롯데백화점 명동점은 직원 대부분이 마스크 착용에 들어갔다. 안내데스크에서 고객 문의를 받는 직원도 마스크를 벗지 않고 고객의 질문에 응대했다. 지하 1층에 있는 화장품 매장에선 마스크를 착용한 채 메이크업을 받는 고객도 있었다.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한 매장 직원은 “마스크를 쓰는 게 근본적으로 방역이 될지 모르겠다”며 “매장을 한시적으로 폐업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명동처럼 중국인들이 즐겨 찾는 상권으로 꼽히는 영등포역 지하상가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내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을까 생각도 들지만 바이러스 유행이 매출 감소로 이어지는 게 더 걱정”이라며 “중국 관광객 등이 많이 있는 상권을 기피하는 게 지속되면 하루 벌어먹고 사는 자영업자들에게는 큰 타격”이라고 토로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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