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국내 세 번째 환자에 이어 네 번째 환자도 공항버스를 이용해 병원에 가는 등 지역사회에 노출이 된 것으로 드러났다.
28일 질병관리본부(질본)에 따르면 네 번째 환자는 중국 우한에서 지난 20일 귀국한 후 다음날 감기 증세로 경기도 평택시 소재 의원(365연합의원)을 찾았으나 이곳에서 걸러지지 않았다.
질본은 의료기관에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로 우한 방문자 정보를 제공, 의료기관이 공항 검역망에 이어 '2차 방어벽'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가운데 해당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당시 의사는 DUR로 우한 방문 정보를 확인하고 "우한에 다녀왔느냐"고 물었으나 환자는 "중국을 다녀왔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콧물과 몸살 기운에 대한 감기 진료만 진행됐다.
네 번째 환자는 병원 방문 외에는 자택에만 머물었음에도 172명과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귀국 직후 공항버스 등을 이용해 이동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확진된 환자 4명 중 병원에 가고도 격리되지 않은 것은 네 번째 환자가 처음이다. 첫 번째 환자는 공항에서 바로 격리됐고, 두 번째 환자는 자택에서 머무르다 보건소에 진료를 요청해 격리됐다. 세 번째 환자는 지인의 진료를 위해 성형외과에 동행했을 뿐 진료를 받지 않았다.
한편 365연합의원에서 지역 보건소에 네 번째 환자를 의심 환자로 신고함에 따라 평택시는 이때부터 이 환자에 대해 능동감시를 벌여 왔다. 다음날인 26일 아침에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자 네 번째 확진자는 보건소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진료를 받고 분당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져 격리됐다.
이와 관련해 평택시가 25일 오후 365연합의원의 신고로 뒤늦게 이 환자의 존재를 알게 됐음에도 국가지정 입원 치료 병상으로 바로 격리 조치하지 않고 하루를 더 보낸 것을 놓고, 전염병 대응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평택보건소 측은 "25일 해당 환자가 우한에 다녀왔고 증상이 있는 상황임을 인지해 능동감시자로 분류했으나, 사실상 자가격리를 통해 격리 조치는 한 것"이라며 "국가지정 병원에 격리하는 데까지 하루가 더 걸린 것은 그사이 질병관리본부 역학 조사관 및 국가지정 병원 측과 병상 확보에 대해 협의하는 데 시간이 걸린 것으로 안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평택시는 '1339' 콜 센터 전화 연결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보건소에 시 차원의 신고 전화를 증설하고, 인력을 추가 배치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2차 방어벽으로 불리는 의료기관에서의 선별진료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지역사회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의료기관이 환자의 중국 방문력 등을 확인하는 작업을 소홀히 하지 않도록 홍보를 강화하고, 새로운 '사례정의'를 알리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새로운 사례정의에 따라 이날부터 질본은 중국 후베이성(우한시 포함) 방문자에 대해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 중 어느 하나라도 확인되면 바로 의심환자(의사환자)로 분류해 격리한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