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자동차 '불황 직격탄'…창원·울산, 개인파산 두 자릿수 폭증

입력 2020-01-28 17:30   수정 2020-01-29 01:16

지난해 개인파산 신청이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의 구조조정 등 영남 지역의 경기침체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경남 통영의 성동조선과 창원의 STX조선 협력업체들은 주로 창원, 부산, 통영, 고성 등에 분포해 있다. 산업은행과 자율협약(채권단 주도 구조조정 제도)을 맺고 있는 STX조선은 한때 근무하는 직원만 1만여 명에 달했지만 현재 5분의 1 수준(2000여 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사내협력사도 100여 곳에서 50여 곳으로 반토막 났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성동조선 역시 한때 근무 인원이 5000여 명에 달했지만 지금은 10분의 1 수준(500여 명)으로 급감했다. 창원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조선업종 외에도 불황을 겪는 자동차부품업종, 기계업종 협력업체들이 창원 주변에 집결해 있어 지역 경제가 크게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지역의 개인파산신청 건수는 올해도 증가세가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방경기 침체로 이들에게 돈을 빌려준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기관들의 연체율이 급증하면서 ‘대출 죄기’가 본격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법원은 지난 20일부터 바뀐 개인파산 관련 예규를 시행하면서 파산 신청 서류를 간소화하고 면책까지 걸리는 시간을 대폭 단축했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경기침체로 소득이 줄면서 개인회생제도로 부채를 탕감하기 어려워진 서민들이 파산으로 넘어오고 있다”며 “법원의 무분별한 파산 접수가 자칫 빚을 갚는 것을 회피하려는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국 법원의 개인파산신청 접수 건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전년 대비 24.5% 급증한 15만4039건을 기록한 이후 2018년까지 계속 감소해오다 작년 처음 증가했다. 개인회생 건수도 전년 대비 1.9%(1368건) 증가한 9만2587건을 기록했다. 2014년 이후 줄어오던 개인회생 신청 건수는 2018년에 이어 2년 연속 상승한 것이다.

가계의 신용위기는 기업의 위기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전국 법원의 법인파산과 회생 신청은 각각 931건, 1003곳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채무 재조정 후 재기를 노리는 법인회생 신청은 전년 대비 2.3%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아예 사업을 접기로 한 법인파산 신청은 15.4%나 급증했다. 법인파산 역시 개인파산과 마찬가지로 서울보다 지방에서 급증세를 보였다.

■ 개인파산

일정한 소득이 없으면서 자신의 재산으로 빚을 갚을 수 없는 상태에 빠졌을 때 법원으로부터 빚을 탕감받을 수 있는 제도. 채무자의 총재산을 채권자에게 공평하게 분배하고 법원은 면책결정을 내려 채무자가 채무 변제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안대규/창원=김해연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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