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비서관이 지난 23일 자신을 재판에 넘긴 윤석열 검찰총장 등에 대해 공수처를 통한 수사 필요성을 언급한 데 대해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렇게 한탄했다. “혹시나 했던 공수처의 독립성이 물 건너 간 것 같다”는 얘기다.
최 비서관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에게 허위로 인턴증명서를 작성해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러자 변호인을 통해 “향후 출범하게 될 공수처의 수사를 통해 저들(윤 총장을 중심으로 한 특정세력)의 범죄행위가 낱낱이 드러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최 비서관의 반응은 이해할 만한 구석이 있다. 자신을 기소한 검찰에 분노를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의 말은 청와대 비서관으로서는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위법성마저 있다. 청와대 인사들은 공수처 사무에 그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하도록 했는데도 특정인을 수사하라는 뉘앙스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공수처법 제3조 3항에 따르면 대통령과 대통령비서실의 공무원은 수사처 사무에 관해 업무 보고나 자료 제출 요구, 지시, 의견 제시, 협의, 그 밖의 직무수행에 관여하는 일체의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이 조항은 공수처법의 독소조항을 해소하겠다며 마련됐다. 공수처가 검사 등을 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위공직자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수사 자료를 받아 선별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하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게 됐다는 우려를 반영한 결과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최 비서관이 해당 조항을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고도 그랬다면 안하무인”이라고 꼬집었다. 아직 공수처가 출범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지만 법을 어겼더라도 처벌이 어렵다. 처벌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최 비서관의 발언이 걱정스러운 이유는 ‘제2의 최강욱’을 억제할 견제장치가 부족해서다. 대형 법무법인 형사팀의 한 변호사는 “벌칙조항 없는 의무조항은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므로 현재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할 장치가 전혀 없다”고 평가했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가 일각의 우려대로 ‘정권의 친위부대’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 게다가 청와대는 정권을 겨냥해 수사를 진행한 검사들을 대거 물갈이하는 행태를 이미 보여줬다. 한 형사소송법 전문가는 “공수처를 선의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은 벌써부터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며 “지금부터라도 국회가 벌칙조항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보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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