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과 가까운데…" 우한 교민 '천안 격리설'에 들썩이는 충청 정치권

입력 2020-01-28 18:37   수정 2020-01-28 18:45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대책으로 중국 우한에 체류 중인 국민을 전세기로 송환한 뒤 충남 천안에 수용한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충청 정치권이 들썩이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을 지낸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28일 성명서를 내고 "지금 (격리 장소로) 검토되고 있는 천안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은 격리시설로서 불편한 점이 많다"며 "재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정부는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30~31일 우한에 체류 중인 국민을 국내로 송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돌아온 국민들은 잠복기가 지날 때까지 천안의 우정공무원교육원과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에서 공동으로 생활하며 관리·감독을 받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천안 인근인 아산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천안시 동남구 유량동에 위치한 우정공무원교육원은 천안역에서 승용차로 15분 가량 거리다. 인근에 중학교와 공원, 식당가 등이 위치해있다. 또 다른 수용시설로 거론된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은 천안시 목천읍 독립기념관 근처에 위치한 곳으로 학교와 아파트, 마을회관 등이 주변에 있다.

지역 정치인들은 이들 시설이 도심과 가깝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이 의원은 "우한에서 전세기로 국내로 돌아오는 국민이 693명이나 되는데, 천안 소재 2개 시설에만 분산 배치할 경우 격리 국민들의 잠재적 감염을 방치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수십명 내외의 소규모 단위로 여러 시설에 분산 격리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진영 한국당 천안을 예비후보는 입장문을 통해 "수용지로 거론되는 태조산 일원은 천안 도심의 허파이자 시민의 쉼터, 대단위 아파트와 상권이 인접한 인구밀집지역"이라고 지적했다. 장기수 더불어민주당 천안시장 예비후보는 "시장이 없는 상태에서 아무런 협의 없이 정부에서 일방적인 결정을 내린 것은 경솔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천안시장 자리는 지난해 11월 전임 구본영 시장(민주당)이 불법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에서 당선 무효형을 받으면서 현재 공석이다.

김용찬 충청남도 행정부지사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정부와) 이런 시설을 검토하고 있다는 정도의 이야기는 오갔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충남에서 이런 곳을 확정했다는 통보는 아직 못 받았다"며 "국가에서 운영 중인 교육시설이 충남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당초 충남도청은 천안이 수용 지역으로 확정될 것을 대비해 기자회견을 준비했지만 정부가 이날 구체적인 수용 장소를 밝히지 않으면서 관련 대책을 따로 발표하진 않았다.

청주국제공항이 있는 충북에서도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어제(27일) 갑자기 청주공항을 통해 우한에서 전세기 두 대가 30일께 들어올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바로 공항으로 달려갔다"며 "청주공항은 국제선 검역관이 두 명뿐으로 수백명의 입국 수속을 처리하기에 무리였다"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이어 "결과적으로는 청주공항으로 오지 않기로 결정됐다"며 "그동안 지방이 피해를 많이 봤던 점도 고려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공항과의 이동 거리, 수용 규모 등을 고려하면서 주민 생활반경과 떨어진 국가 운영시설을 낙점해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당초 언론에 사전 배포된 정부의 합동 브리핑 발표문에는 천안 지역의 시설 2곳이 지정됐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논란이 일자 브리핑에선 이 내용을 삭제한 채 "관계부처 검토를 거쳐 공무원 교육시설을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는 문구로 대체됐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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