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상황점검회의에서 “증권사의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역할은 사모펀드 운용 지원과 인큐베이팅(창업 지원)을 위한 것인데도 본래 취지에 맞지 않게 펀드 유동성에 대한 불안을 증폭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손 부위원장의 발언은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에 이어 알펜루트자산운용 등 헤지펀드 운용사 전반으로 유동성 위기가 번지는 상황에서 증권사들의 무분별한 대출 회수 움직임을 경고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손 부위원장은 “일부 사모펀드 운용사에서 유동성 문제로 환매 연기 상황이 발생한 것은 파생거래(TRS·총수익스와프) 계약을 맺은 증권사들이 대량 자금회수 요청을 한 게 주요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유망 벤처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알펜루트자산운용은 설 연휴 직전 2300억원 규모의 헤지펀드 환매 중단을 결정했다. 증권사들이 알펜루트에 대한 TRS 대출을 회수하며 벌어진 일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일부 증권사는 헤지펀드 운용사와 체결한 TRS 계약의 증거금률을 인상하거나 거래를 조기 종료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로 인해 알펜루트를 넘어 다른 헤지펀드로도 대출 회수와 환매 중단 등의 사태가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이날 김도인 부원장보 주재로 6개 대형 증권사의 PBS 본부장들을 긴급 소집했다.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6개 증권회사의 PBS 담당 임원이 참석했다. 이번 회의에서 금감원은 증권사들의 TRS 대출 현황과 위험 관리 상황을 질의하고 사전 의사소통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동회 금감원 자본시장감독국장은 “현행 TRS 계약을 통해 취득한 자산에서 부실이 발생하는 등 불가피한 사유가 아니라면 사전에 운용사와 긴밀히 협의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증권사들에 당부했다”고 말했다. 그는 “제2의 알펜루트 사태를 막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6개 증권사는 “앞으로 대규모 회수에 나설 TRS 대출이 없다”고 금감원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날 회의와 무관하게 알펜루트에 대한 대출 회수는 그대로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알펜루트 펀드에 대한 환매 중단 조치도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수정/이고운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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