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는 소형" 공식 깬다…'인도통' 박한우, 카니발 베팅

입력 2020-01-29 08:05   수정 2020-01-29 08:07


인도 자동차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기아자동차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소형차 중심인 인도에 한국을 대표하는 대형 다목적 차량(MPV) 카니발을 투입한다. 셀토스 처럼 작은 차만 먹힌다는 공식을 깨고 인도에 대형차를 출시하는 자체가 '기아차의 도전'이라는 분석이다.

2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는 다음 달 인도 노이다시에서 개최되는 '2020 오토 엑스포'를 통해 카니발을 공개한다. 생산은 지난해 7월 문을 연 인도 안드라프라데시주 아난타푸르 공장에서 CKD(Complete Knockdown·반조립제품)방식으로 진행된다.

기아차는 MPV와 같은 미니밴 개념이 낯선 인도인들에게 새로운 세그먼트를 제시해 신시장을 개척한다는 포부다. 오는 4월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배기가스 배출기준인 'BS6(Baharat Stage 6)'를 충족하는 디젤 엔진도 카니발에 장착하는 등 공을 들였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오토카 인도판 등 일부 현지 언론은 기아차 딜러들이 이미 사전 계약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현재 인도 160개 도시에서 265개의 대리점을 운영하는 기아차는 사전 계약 첫날에만 1400대 계약을 성사시켰다. 계약 금액은 최대 10만루피(한화 약 165만원)이며 예상가격은 300만루피(한화 약 4950만원)다.

카니발은 기아차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셀토스에 이어 두 번째로 인도에 투입하는 전략 모델이다. 지난해 인도에 공식 출시된 셀토스는 35일 만에 4만대 이상의 구매 예약이 몰렸다. 이는 인도 자동차 시장 역대 최고 기록으로, 이전 기록은 현대자동차 소형 SUV 베뉴가 출시 60일 만에 세운 5만대 계약이었다. 기아차는 카니발이 셀토스의 흥행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니발에는 최고출력 202마력을 발휘하는 2.2리터 4기통 디젤 터보 엔진과 6단 자동 변속기가 탑재됐다. 시트 구성은 6인승·7인승·8인승으로 나뉜다. 6인승은 최상위 트림에서만 선택 가능하다.

트림에 따라 10.1인치 터치스크린이 포함된 뒷좌석 엔터테인먼트 패키지를 비롯해 UVO 커넥티드가 시스템, 2개의 선루프, 3열 공조장치제어 시스템, 메모리 기능을 갖춘 파워 조절식 운전석 시트, 파워 슬라이딩 도어 등 다양한 사양이 적용된다.

기아차가 '굳이' 인도에 카니발을 투입하는 이유는 현지서 SUV의 수요가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SUV 수요는 소형에서 대형으로 옮겨간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기아차는 카니발을 앞세워 인도에 없던 새로운 세그먼트를 개척하고 점유율을 높여 수익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시장 성장성이 높아서다. 인도는 13억명이 넘는 인구를 가졌지만 자동차 보급은 중국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기아차는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이후 중국에서 입지가 좁아지자 인도를 '넥스트 차이나'로 점찍고 공장을 세우는 등 많은 투자를 했다.

변수는 인도가 전통적으로 작은 차를 선호했다는 점이다. 소형차 판매가 활발한 인도에 카니발 투입은 기아차에도 큰 도전이다. 이를 고려해 기아차 인도법인은 카니발을 '대형'이 아닌 '고급'을 강조하며 마케팅에 나섰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인도 시장 점유율 20% 돌파를 노리고 있다. 지난해 그룹은 시장 침체 속에서도 각각 17.3%, 1.5% 시장 점유율을 기록해 총 18.8%를 나타냈다. 연간 판매량은 55만5446대에 달했다. 올해는 인도가 경기 회복 국면에 접어들어 지난해보다 판매량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카니발에 긍정적인 신호다.

이 같은 도전이 가능한 건 박한우 기아차 사장이 현대차그룹 내에서 '인도통'으로 통하고 있어서다. 2014년 11월 기아차 대표이사 사장으로 임명된 박 사장은 현대차그룹의 인도 공략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그는 2003년부터 현대차 인도법인에서 재무를 담당하면서 공장운영 안정화와 수익성 제고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2009년 인도법인장에 올랐다. 법인장 시절에는 i10·i20 등 현지 전략 차종을 성공적으로 론칭시키며 당시 현대차가 인도시장 2위까지 입지를 다지는 데 기여했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현대차 인도법인에서 노동쟁의를 해결했다. 한국과 문화가 다른 인도에서 원만한 노사관계를 이끌면서 안정적으로 공장을 운영했다. 대형 차종 카니발을 소형 텃밭인 인도에 투입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박 사장의 뚝심과 현지 경험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인도 첫 번째 생산 차종인 셀토스가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했다"며 "2020년에 주력 RV(레저용 차량) 모델 카니발의 출시로 현지에서의 경쟁력은 더욱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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