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소비자에게 유리한가? 대한항공 마일리지 개편안 팩트체크 해보니

입력 2020-01-29 14:57   수정 2020-01-29 15:19


대한항공은 지난 8일 자사 홈페이지에 ‘새로워지는 스카이패스의 진실 혹은 오해’라는 팝업창을 띄웠다. 지난해 12월 마일리지 제도 개편안을 발표한 뒤 ‘개악’이라는 지적이 잇따르자 반박에 나서기 위해서다. (▶한경 2019년 12월 23일자 A2면 참조) 대한항공은 고객들에게 이메일을 보내며 해명하고 있지만, 자사에 유리한 내용만 소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개편안에 대한 팩트를 체크했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①대한항공 홈페이지에서 구매하는 항공권이 최저가 사이트보다 더 비싸지 않다? (X)

대한항공은 자사 홈페이지에서 판매하고 있는 항공권이 최저가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대한항공편 항공권보다 결코 비싸지 않다고 주장했다. 오는 11월 시범도입하는 ‘현금+마일리지’ 복합결제가 자사 홈페이지에서만 사용가능해 비싼 항공권을 사게 만든다는 지적을 반박한 것이다.
하지만 29일 대한항공 홈페이지와 최저가 사이트의 인천~뉴욕 노선 운임가(11월 주말 출발, 왕복 기준)를 비교해본 결과, 대한항공 홈페이지에서 판매하는 항공권이 최대 9만원 더 비쌌다. 인천~로스앤젤레스도 대한항공 홈페이지가 최대 7만원 더 비싸다. 항공 운임의 20%까지 마일리지로 결제할 수 있는 복합결제 혜택을 누리기 위해선 좀 더 비싼 운임의 항공권을 사야 하는 셈이다.

②보너스 항공권 구매에 필요한 마일리지 공제 기준을 소비자들에게 유리하게 변경했다? (X)

대한항공은 보너스 항공권 구매 때 공제되는 마일리지가 늘어난 노선보다 줄어든 노선이 더 많다고 했다. 하지만 공제 마일리지가 인하된 38개 노선(인천 출발 기준) 중 33개는 중국, 일본, 동남아 등 단거리 구간이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이미 저렴한 운임으로 운항하는 노선이다. LCC들이 취항하지 못한 북미·유럽 노선 27개 중 24개는 앞으로 보너스 항공권을 살 때 더 많은 마일리지가 필요하다.
프레스티지석과 일등석의 인상 비율은 더 높다. 프레스티지석을 사기 위해 더 많은 마일리지가 필요한 노선은 전체 99개(인천 출발 기준) 중 82개다. 일등석은 99개 노선 중 89개가 인상됐다. 공제 마일리지가 인하된 10개 구간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제외하고 모두 일본·중국 노선이다.

③우수회원 제도를 세분화해 우수회원이 되기 더 쉬워졌다? (△)

대한항공은 우수회원 제도의 문턱도 낮아졌다고 했다. 기존에는 5만마일 이상 적립해야 모닝캄 등급으로 진입할 수 있었지만, 2022년 2월부터는 1만마일을 적립하거나 10회 탑승하면 실버 등급(기존 모닝캄과 동급)이 될 수 있다. 인천~뉴욕을 Y등급 좌석으로 한 번만 갔다 와도 우수회원이 된다.

문제는 평생회원 제도다. 기존에는 모닝캄 프리미엄부터 평생 등급 유지가 가능했지만 개편 후에는 매년 등급이 새로 산정된다. 대한항공은 매년 8번씩 미국 출장을 가는 고객이 최고 등급인 다이아몬드 회원이 될 수 있다고 하지만, 1년만 이용 기록이 없어지면 바로 우수회원 자격을 박탈당하는 셈이다. 또 현재는 등급 산정 때 델타항공 등 제휴항공사를 이용한 기록도 포함하지만 개편 후에는 대한항공 항공편 이용 기록만 등급 산정에 해당된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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