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가 된 수시채용…"올해 대졸 신입 '공채'로만 뽑겠다" 19%뿐

입력 2020-01-29 18:03   수정 2020-01-30 00:49


지난해 하반기 대기업 공채에 탈락한 김모씨(서울시립대 4)는 공무원시험을 준비 중이다. 대기업 공채가 줄면서 민간기업 취업문이 더욱 좁아졌기 때문이다. 김씨는 “공무원 되기도 만만찮지만 공무원 채용 인원이 지난해보다 증가할 것이라는 소식에 진로를 바꾸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민간기업 취업 대신 ‘공시족(공무원시험 준비족)’으로 전환하는 구직자가 늘고 있다. 올해도 기업들의 채용시장 여건이 좋지 않아서다.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 한·일 경제전쟁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까지 겹쳐 기업 경영 환경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실제로 취업사이트 사람인이 579개 기업을 대상으로 ‘2020년 대졸 신입사원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조사 기업의 55.3%만 “올해 대졸 신입사원 채용 계획이 있다”고 응답했다. 기업 두 곳 가운데 한 곳만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할 예정이라는 의미다.

채용 방식도 절반 이상의 기업이 ‘수시채용을 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공무원·공공기관 채용은 지난해 수준을 넘어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민간기업 채용 3년째 감소세

민간기업 채용 규모는 3년째 감소세다. 임민욱 사람인 홍보팀장은 “2018년에는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하겠다’고 응답한 기업이 75%에 달했으나 지난해 59.6%로 떨어진 후 올해는 절반(55.3%) 수준까지 내려갔다”고 말했다. 인크루트의 ‘대졸 신입 채용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조사 기업 831곳 중 신입사원 채용을 확정한 곳은 47.3%에 불과했고 52.7%는 채용계획이 ‘미정’이라고 답했다.

신입사원 채용 의사는 업종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금융·보험업은 78.6%가 채용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식음료·외식(64.3%), 기계·철강(64.3%), 정보기술(IT)·정보통신(64.2%) 등도 비교적 채용 의사가 높았다. 이에 비해 전기·전자(48.8%), 석유화학(46.7%), 건설(40.9%) 등은 상대적으로 채용 의사가 낮았다. 특히 조선·중공업의 상당수 기업은 “채용 계획이 미정”이라고 응답했다.

채용 예정 분야는 영업·영업관리(27.5%, 복수 응답)가 가장 많았으며 서비스(17.3%), 제조·생산(16.9%), IT·정보통신(13.7%), 연구개발(13.7%), 재무·회계(9.8%), 디자인(9.4%) 등의 순이었다. 수시채용이 늘고는 있지만 상반기 대졸 채용 시기는 2~3월이 67.5%로 가장 많았다.

수시·AI 채용 늘 듯

올해 채용시장에선 ‘수시채용·인공지능(AI)채용·올드보이(중고신입) 입사’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지난해 현대자동차그룹과 KEB하나은행이 수시채용 도입을 선언하면서 다른 기업들도 잇따라 수시채용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조사 기업의 51.3%는 “수시채용을 도입해 신입사원을 뽑겠다”고 응답했다. “공채로만 뽑겠다(19.1%)”는 응답의 두 배를 웃돌았다. 다만 29.7%는 “공채와 수시채용을 병행하겠다”고 답했다. 박영진 인크루트 홍보팀장도 “올해 채용시장의 특징은 ‘공채 감소, 수시채용 증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용 공정성의 요구가 거세지면서 AI채용은 더욱 늘 전망이다. 기업 44.6%는 ‘공정한 채용을 위해 AI채용을 도입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기업들이 AI채용을 도입하려는 이유로 ‘사람의 주관 배제’(76.9%, 복수 응답) ‘명확한 평가 기준 확립’(35.5%), ‘투명 채용’(33.1%), ‘부정 방지’(18.2%) 등을 꼽았다. AI 역량검사 공급 기업인 마이다스아이티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외 200개 기업이 마이다스아이티의 AI채용 솔루션을 도입해 직원을 뽑았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신입사원 채용에 올드보이 증가도 눈에 띌 전망이다. 중소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구직자들이 대기업이나 공기업·은행 등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 인력난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잡코리아에 따르면 인사담당자 10명 중 6명이 지난해 신입 채용 시 ‘중고신입 지원이 있었다’고 답했다.

한편 올해 입사한 신입사원의 연봉은 평균 2879만원으로 집계됐다. 대기업이 평균 353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중견기업 3188만원, 중소기업 2661만원이었다. 채용시장 상황에 대해선 “작년보다 악화될 것”(30.1%)이란 의견이 “좋아질 것”(15.3%)이란 응답의 두 배에 달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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