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애초 윤석열 임명도 보여주기식…칼대는 시늉만 하라했는데 고지식해서"

입력 2020-01-29 11:22   수정 2020-01-29 14:35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기소 과정에 대한 감찰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이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법무부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비리를 수사한 송경호 서울중앙지검 3차장과 고형곤 반부패2부장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지시를 어기고 지검장 결재·승인을 받지 않은 채 최 비서관을 기소해 절차를 위반했다며 감찰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법조계에선 법무부가 먼저 감찰 카드를 꺼내면 이 지검장에 대한 감찰 역시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법무부가 쥔 최후의 카드는 곧 ‘파국’을 의미한다는 것이 법조계 관측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같은 상황에 대해 29일 페이스북에 글을 써서 "지금 와서 생각하면 저 분들이 애초에 윤석열을 감찰총장에 임명한 것도 실은 보여주기용 '이벤트'에 불과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그는 '스토리'를 갖고 있으며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 '사람에게 충성한다면 깡패지, 그게 검사냐?' 등의 명대사가 있다"면서 "그들에게는 정권을 멋있게 감싸줄 이런 새끈한(세련되고 끝내주는) 포장지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들이 윤석열에게 기대한 역할이 딱 포장지 뿐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렇게 해주라라 기대하고 대통령도 '살아 있는 권력에도 칼을 대 달라'고 여유까지 부렸던 것이다"라며 "그저 칼 대는 시늉만 하라는 뜻이었는데, 윤석열 총장이 너무 고지식해서 그 말을 못 알아들은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윤 총장이 애초에 대통령을 잘못 본 것이다"라며 "그 분 말에는 진정성이 있다고 착각한 것이다. 나도 이 일 터지기 전까지는 그렇게 믿었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그쪽에서는 반대로 윤석열을 잘못 본 것이다"라며 "이 분은 무늬만 검사가 아니라 진짜 검사다"라고 덧붙였다.

윤 총장은 앞서 박근혜-최서원(개명전 최순실) 게이트에서는 특검 수사팀장을 맡아 대한민국의 사법정의를 몸소 실천했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청와대 하면수사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가차없는 수사 진행으로 6개월만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으로 부터 '명을 거역했다'는 비판을 받으며 위기에 놓였다.

윤 총장은 알려진대로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댓글 조작을 했다는 정황을 수사하다 수사팀이 와해되는 일을 겪었다.

추후 드러난 국정원 내부 문건에 따르면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는 최근 남재준 국정원장 시절인 2013년 국정원이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 등에 보고한 수사 대응 문건들을 추가로 발견해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에 이첩했다.

국정원은 당시 청와대에 올린 보고서에서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이끄는 검찰 댓글 특별수사팀의 인적 구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서 상당수를 교체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보고서에는 균형적인 정무감각이 부족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출신 특수통 검사들이 주도하면서 댓글 수사가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에까지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주요 인사 계기 등이 있을 때 이들을 수사팀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건은 당시 서천호 2차장과 감찰실장이던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 등 국정원 핵심 간부들로 구성된 ‘현안 TF’ 주도로 작성됐다.

2013년 당시 검찰은 윤석열을 팀장으로 특별수사팀을 꾸려 댓글 진상 규명에 나섰으나 채동욱 검찰총장이 혼외자 논란으로 사퇴하면서 외압을 막아 줄 ‘방패막이’가 사라졌다.

그럼에도 윤석열은 2013년 10월 상부 불허를 우려해 윗선 보고 없이 국정원 직원 3명을 체포하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을 추가 기소했지만, 이후 수사에서 전격 배제되고 지방 고검을 전전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그러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팀장으로 발탁돼 수사 일선에 복귀했다.

한 번 마음에 담은 인사는 주변에서 말려도 반드시 임명하고 끝까지 신뢰하는 문 대통령식 인사스타일은 윤석열을 서울중앙지검장에 지명하고 이어 검찰총장 자리에까지 앉히는데도 고스란히 적용됐다.

윤 총장은 지난해 10월 17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에서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 중 검찰 중립성을 보장해 준 정부를 골라달라는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망설임없이 "이명박 정부다"라고 꼽을 정도로 정부감각이 제로(?)다.

인사치례로라도 자신을 발탁해 준 문 대통령에 대한 립서비스를 할 법도 한데 그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

윤 총장은 "이명박 정부 때 대검 중수부 과장, 특수부장으로 3년간 특별수사를 했다"면서 "당시 대통령 측근과 형(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을 구속할 때 (권력으로부터) 별 관여가 없었다. 상당히 쿨하게 처리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가장 중립적이다"라는 답변을 기대하고 이런 질의를 했으나 기대와는 딴판인 답변이 나오자 "자, 총장, 좋다"며 다급히 윤 총장의 말문을 막았다.

윤 총장은 박근혜 정부에 대해서는 "다 아시는 것"이라며 말을 시작하려 했지만 이 의원이 가로막아 더이상 발언하지 못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과 윤 총장이 어긋나기 시작한 것은 조 전 장관의 비리를 전방위적으로 수사하면서부터다.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던 시절 그를 지지해마지 않았던 조국 교수를 민정수석에 이어 법무부장관에까지 힘겹게 앉혀놨는데 '내로남불' 비판 속에 그가 사퇴하면서 문 대통령은 물론 민주당의 지지율까지 동반 추락했다.

검찰의 조국 일가 비리 수사 강도가 갈수록 강해지던 그 때, 문 대통령은 "검찰총장에게 지시한다"는 직접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신뢰받는 권력기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연초 기자회견에서 "아직도 윤 총장을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맞딱뜨렸다.

문 대통령은 "검찰의 엄정한 수사에 대해선 국민 누구나 박수갈채를 보내고 있는 바이고 그 과정에서 수사권이 절제되지 못한다거나 피의사실 공표로 여론몰이를 한다거나 느끼끼 때문에 검찰개혁이 요구되고 있는다"면서 "검찰이 그 점을 겸허히 인식한다면 검찰개혁을 빠르게 이뤄가는데 훨씬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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