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메이팅궈(我沒·저는 그런 이야기를 듣지 못했습니다).”
중국에서 들어오는 입국자를 대상으로 하는 검역 작업이 잠깐 멈췄다. 한 중국인이 비행기 안의 안내를 듣지 못해 건강조사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이다. 그는 별도의 자리로 인도돼 열이 있는지 등을 묻는 영문 조사서를 작성했다. 영어에 어려움을 느끼는 중국인을 위해 전담 안내자가 따라붙었다. 인천공항검역소 관계자는 “여러 단계의 검역 담당자들이 체크하고 확인해야 하는 서류여서 영어로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29일 인천공항 입국장에서는 말 그대로 ‘우한 폐렴과 싸우는 최전선’의 삼엄함이 느껴졌다. 1차 감염자를 여기에서 걸러내지 못하면 이와 접촉한 2차 감염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온 입국자들은 건강검진서 작성과 함께 간단한 검진을 받는다. 단순히 카메라 앞을 지나가는 일반적인 검역과 달리 검역관이 이마와 목에 온도계를 대고 체온을 잰다. 본인 또는 지인의 전화번호를 남겨야 한다. 환승구역 등 공항 내 다른 구역으로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모두 차단한 가운데 경찰관의 입회 아래 이뤄졌다.
의심증상 발견 시 별도로 마련된 선별진료소로 옮겨진다. 비닐 보호복과 고글, 마스크를 착용한 군의관과 간호장교가 입국자를 세심하게 살폈다. 증상을 체크하고 후베이성 방문 이력 등을 질문했다. 전날인 28일 중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승객은 1만9000여 명. 이 중 6명이 선별진료소에서 독감 검사를 했다. 일반 독감으로 판명되더라도 근육통 등 다른 증상이 있으면 격리 시설에서 48시간 동안 머물며 증상 변화를 살핀다. 후베이성에서 온 승객이 의심 증상을 보이면 선별진료소를 건너뛰어 바로 병원으로 이송된다.
인천공항검역소는 검역 역량을 높이는 데 최선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96명의 검역관이 4교대로 일하고 있는 가운데 국방부에 군의관 21명, 간호장교 12명의 추가 인력 파견을 요청했다.
이 같은 체계적인 검역은 지난 19일 첫 번째 확진자를 걸러내는 성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당시 해당 확진자는 최근 촬영한 폐 검진 기록까지 보여주며 폐렴이 아니라고 했지만 기준치보다 높은 발열에 주목한 검역관이 병원 이송을 판단했다. 다만 확진자들이 공항을 통과한 것에서 보듯 잠복기의 환자를 걸러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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