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은 '조계종 육포'에 사표 냈는데 민주당은 '원종건 미투'에 말로만 사과

입력 2020-01-29 16:35   수정 2020-01-29 16:37


더불어민주당 2호 영입 인사인 원종건(27) 씨가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의혹'이 제기돼 자진사퇴했다.

사건 당일 당 차원의 사과를 거부했던 민주당은 총선을 앞두고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29일 유감 표명을 했다.

하지만 보수 야권에서는 민주당 대응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누군가는 책임지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자유한국당에서는 황교안 대표 명의로 조계종에 보낸 설맞이 선물이 잘못 전달된 이른바 '육포 배달 사고' 논란 후 김명연 당 대표 비서실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원씨가 앞서 28일 데이트 폭력 논란으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과 관련해 "어제 영입인재 중 한 사람이 그 자격을 반납하는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며 "당 인재영입위원장으로서 국민과 당원에게 심려를 끼친 데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인영 원내대표도 같은 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인재 영입을 하면서 좀 더 세심하게 살피지 못해 국민에게 실망과 염려를 끼친 점이 있다면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실관계 확인 후 추가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있다면 취하겠다"며 "당 젠더폭력신고상담센터 조사 결과를 보고 원칙적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이 원내대표는 이날 인터뷰에서 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도 시인했다. 이 원내대표는 '원 씨 영입 직후 포털사이트 연관검색어로 미투가 뜰 정도로 소문이 돌았는데 이를 챙겨보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렇게까지 확인하지는 못했다. 미비한 점이 있었다"고 했다.

한편 27일 자신을 원 씨의 전 여자친구라고 밝힌 A 씨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한 커뮤니티에 "원 씨는 여자친구였던 저를 지속적으로 성 노리개 취급해왔고 여혐(여성혐오)과 가스라이팅으로 저를 괴롭혀왔다"고 주장하는 글을 게시했다.

결국 원종건 씨는 다음날 입장문을 통해 "민주당 21대 총선 영입인재 자격을 스스로 당에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원 씨는 "올라온 글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도 "아무리 억울해도 남들 이상의 엄중한 책임과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게 합당할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조용히 떠나도 모자랄 판에 '한때 사랑했던 여성' 운운하며 끝까지 입을 놀렸다"면서 "전 여자친구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폭행과 성폭행에 해당하는 중대한 범죄로 다스려야 할 심각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황규한 자유한국당 부대변인은 "원 씨의 영입인재자격 반납으로 그칠 일이 아니다. 영입할 때는 온갖 수식어를 붙여가며 국민들에게 홍보하고, 논란이 되면 실수라거나 개인의 일탈 정도로 치부해버린다면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면서 "민주당이 공당이라면, 책임 있게 국민 앞에 사과해야한다"고 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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