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결은 단순하다. 청소년이 오늘 입은 옷을 직접 찍어 올린 뒤 또래들과 옷 관련 정보를 공유하도록 했다. 패션 놀이터였다. 여기에 관련 브랜드 제품을 살 수 있도록 했다. 스타일쉐어는 수년간 10대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 1~2위로 꼽혔다. ‘차세대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잇따라 대규모 투자도 유치했다.
미디어커머스로 퀀텀점프 노려
국내 벤처캐피털(VC)들은 10대를 소비자로 끌어당긴 스타일쉐어를 눈여겨 보고있다. 소비시장에서 10대 영향력이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 무신사의 뒤를 이을 것이란 전망도 이들로부터 나왔다.
스타일쉐어는 꾸준히 투자자금을 유치하고 있다. 최근 스톤브릿지벤처스 등 국내 VC로부터 250억원을 투자받았다. 이 투자에는 KTB네트워크, LB인베스트먼트 등이 참여했다. 2011년 이후 누적 투자 유치금액은 550억원이다.
VC업계에서 보는 스타일쉐어의 기업 가치는 20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거래액이 2018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하고, 2018년 인수한 온라인 패션 쇼핑몰 29CM의 매출이 증가한 영향이다.
스타일쉐어는 투자자금으로 쇼핑몰 내 동영상 콘텐츠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Z세대’를 잡기 위한 시도다. 다음달 출시하는 ‘스쉐라이브’가 이를 보여준다. 생방송으로 상품을 소개하는 서비스다. 사진으로 상품을 알리는 데서 나아가 동영상 정보에 익숙한 Z세대에 맞는 콘텐츠를 키우겠다는 것. 윤자영 스타일쉐어 대표(사진)는 “온라인 패션시장이 점점 커지면서 경쟁 또한 치열해지고 있다”며 “스타일쉐어에서만 볼 수 있는 콘텐츠로 차별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옷 자랑’ 플랫폼 매출 1000억원 회사로
스타일쉐어의 성공은 윤 대표의 창업 동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는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4학년이던 2011년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패션에 관심이 많던 윤 대표는 강의시간에도 패션잡지를 보곤 했다. 하지만 잡지에 실린 제품은 수십만~수백만원짜리였다. 그는 ‘강의실 옆자리 친구가 입는 옷, 개강 MT에도 입을 수 있는 옷 정보를 공유하는 곳은 왜 없을까’라고 생각했다.
시작은 누구나 사이트에 가입해 자신들의 코디를 찍어 올리고, 스타일을 자랑할 수 있게 한 게 전부였다. ‘옷 좀 입는다’는 회원들의 게시물에 사람들이 ‘좋아요’를 눌렀다. 이 수치는 점점 늘어나 하루 1만 개 이상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2016년 이 게시물을 활용한 상품을 팔기 시작했다. 관심사별로 콘텐츠를 구경하고, 관련된 아이템을 살 수 있게 꾸몄다. 해시태그 ‘#개강룩’을 검색하면 ‘핫’한 개강룩을 뽐내는 회원들의 게시물을 비롯해 올 신학기 입을 만한 후드티와 스니커즈 등을 별도 페이지에 모아 소개, 판매하는 방식이다. 스타일쉐어에 입점한 패션·뷰티·잡화 브랜드는 현재 약 2500개에 달한다.
Z세대 여성을 주 타깃층으로
스타일쉐어가 처음부터 10대에 집중한 건 아니다. 30대 초반인 회원도 많았다. 상품 판매 플랫폼으로 변신하면서 스타일쉐어는 Z세대인 10~20대 초반 여성을 겨냥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윤 대표는 “나이가 어린 소비자일수록 실용적인 패션 정보에 대한 ‘목마름’이 크다”며 “상대적으로 쇼핑 경험이 적은 Z세대에겐 온라인은 여전히 문턱 있는 시장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게시글별로 정보 공유성 댓글을 달고 답변을 남길 수 있게 했다. ‘ㅈㅂㅈㅇ(정보좀요)’라고 달면 어느 쇼핑몰에서 샀는지 알려주는 방식이다. 스타일쉐어에 입점한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상관없다. 이렇게 정보가 오가는 댓글은 하루 10만 건 가까이 달린다.
모든 초점은 Z세대에 맞췄다. 편의점 GS25와 손잡고 GS25 점포에서 스타일쉐어 주문 내역을 현금으로 결제할 수 있는 ‘편의점 간편결제 서비스’도 도입했다. 편의점 주 고객인 10대들이 무통장입금 같은 현금 결제를 원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휠라, SNRD, 언리미트 등 인기 브랜드 상품뿐 아니라 아이돌 그룹 엑소, 위너 등과도 협업해 스타일쉐어에서만 파는 굿즈도 내놨다. LG생활건강과는 10대를 타깃으로 한 샴푸를 내놓고, 블랙마틴싯봉과는 Z세대를 위한 스니커즈 브랜드 ‘BMS’도 출시했다.
안효주/황정환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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