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회장이 중징계 결정에 불복할 수 있는 길은 열려 있다. 금융감독원에 재심 요청을 하거나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하는 방법이다. 이 과정을 통해 최종 결정이 뒤집힐 수 있다. 주총 전에 결정이 내려지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이럴 경우 이론적으론 연임하는 데 법적 걸림돌이 없다.
연임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의견도 적지 않다. 금융권에선 감독당국으로부터 문책경고 이상을 받은 최고경영진이 업무를 이어간 사례가 없다. 손 회장의 거취가 불투명해졌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2014년 직무정지 제재를 받은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은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본안소송 등을 제기했지만 KB금융 이사회가 나서서 해임을 의결했다.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은 ‘직무정지 상당’의 중징계를 받자 스스로 사표를 냈다.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도 중징계가 예상되자 물러난 전례가 있다.
우리은행장 선임 절차도 안갯속에 빠졌다. 회장의 가장 중요한 업무 파트너인 행장 선임을 밀어붙이기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은 31일 차기 우리은행장 최종 후보를 선정할 예정이지만 실제 선임 절차를 마무리할지는 불투명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행장 선임 절차를 멈추고 회장 선임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손 회장이 금융권 관례대로 연임을 포기한다면 우리금융은 다시 격랑 속에 빠지게 된다. 전·현직 우리금융 임원과 관료 등이 차기 우리금융 회장에 도전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다른 관계자는 “제재심 결과가 손 회장에게 우호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우리금융 회장에 도전하려는 몇몇 사람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고 말했다.
손 회장의 중징계 소식이 들리자 우리금융 내부 직원들도 동요하고 있다. 손 회장이 중징계 처분에 불복한다면 감독당국과 대결구도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금융회사 임직원이 정치적인 이유로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면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소비자”라고 지적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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