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 중국 내 확진자 10만명?…'가짜뉴스 온상' 된 유튜브

입력 2020-01-31 15:17   수정 2020-01-31 15:34


"이미 중국에서는 우한 폐렴 확진자가 10만명을 넘었습니다." "홍콩 사태를 무마하려고 일부러 바이러스를 퍼뜨렸답니다."

유튜브를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관련 가짜뉴스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정부 단속에도 아랑곳 않고 '괴담'에 가까운 정보와 자극적 영상들이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돼 과도한 불안감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유튜브가 국내법상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인 대표적 해외 플랫폼 사업자라는 것. 가짜뉴스 단속에 나선 정부도 유튜브에 직접적으로 법적 제재를 가하긴 어렵다. 때문에 해외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실효성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유튜브는 '신종 코로나' 또는 '우한 폐렴'으로 검색할 경우 언론사들 주요 뉴스를 검색 결과 전면에 배치하고 있다.

하지만 정렬 기준을 △업로드 날짜 △조회수 △평점으로 바꾸거나, 연관 검색어(중국 반응, 영상, 증상, 폭로 등)를 조회하면 검색 결과 값이 언론사 뉴스에서 1인 미디어 중심으로 바뀐다.

조회수가 높은 영상들은 대부분 우한시 현지 상황을 직접 촬영했거나 짜깁기한 영상들이다. 이들은 "우한 폐렴, 실제 감염자 10만명 넘었다", "우한 폐렴 걸린 중국인이 방한하면 우리 돈으로 치료하고 생활비도 대준다", "중국 정부가 홍콩 사태를 막기 위해 일부러 바이러스를 퍼뜨렸다" 등의 출처가 불분명한 정보를 담았다.


일부 영상에는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생쥐를 산 채로 먹거나 박쥐탕을 먹는 모습이 여과 없이 담겼다. 해당 영상의 사실 여부는 불투명하다. 영상을 게재한 일부 유튜버들은 영상 하단에 "사실 여부는 알 수 없다"는 언급을 하기도 했다.

여성이 박쥐탕을 먹는 영상은 논란이 불거진 후 중국의 유명 블로거가 2016년 서태평양 팔라우에서 찍은 일종의 '먹방'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중국의 박쥐탕 먹방으로 짜깁기 돼 퍼지고 있다.

영상의 진위를 가리기 어려운 것은 가짜뉴스라 해도 부분적으로 '진짜' 뉴스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다. 일부 유튜버들은 외신 보도 기사, 실제 뉴스에 나온 내용이라며 편집해 한 영상에 함께 담았다.

일례로 '중국 내 우한 폐렴 확진자가 10만명을 넘어섰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이날 오전 기준 현재 중국 내 우한 폐렴 확진자는 9600여명, 사망자는 213명으로 공식 집계됐다. 일부 영상에서 주장하는 확진자 수 10만명과는 차이가 크다.

일부 유튜브 영상은 영국 일간 가디언 보도를 인용했다. "중국 보건 당국 발표와 달리 중국 내 감염자가 현재 1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닐 퍼거슨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교수의 '추측'을 담은 기사였다.


우한 폐렴의 근원지가 우한시 소재 한 연구소라는 주장도 외신의 추측성 보도를 이용했다. 2018년 1월 설립된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 내용이 자극적 영상과 함께 편집해 사실인 양 유포되는 식이다.

정부는 우한 폐렴 관련 가짜뉴스는 중대한 범죄행위라며 엄정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가짜뉴스를 집중 모니터링하고, 우한 폐렴 관련한 허위 게시물에 대해선 '삭제' 조치까지하기로 했다. 경찰청도 허위조작 정보 유포 행위를 집중 수사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 같은 단속은 네이버, 다음 등 국내 인터넷·포털 기업까지만 해당된다. 유튜브, 구글 같은 해외 플랫폼 사업자는 국내법을 적용받지 않는 탓이다. 유튜브의 협조 없이는 정부 감독에도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튜브를 빼고서는 가짜뉴스 유통을 논하기 어렵지만 정부가 단속하긴 쉽지 않다. 유튜브에 올라오는 콘텐츠가 대부분 일반 이용자들이 만들기 때문에 유튜브에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면서 "국내외 플랫폼 업체들을 아우르는 가짜뉴스 관련 세부 기준과 방침을 세워 협조를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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