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환자가 급격히 확산된 데 대해 전문가들이 내놓은 평가다. 이날 2차, 3차 환자까지 발생하면서 우한 폐렴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31일 기준 국내 우한 폐렴 환자는 11명이다. 이들 중 공항 검역단계에서 걸러진 환자는 중국 우한에서 지난 20일 한국으로 입국한 뒤 발열 등의 증상을 보여 국가지정격리병상인 인천의료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첫 번째 환자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공항 검역을 그대로 통과했거나 국내에서 활동하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다. 환자 중 4명은 국내에서 지역사회 활동을 하다가 감염됐다. 한국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더욱이 2번 환자(55·남)와 5번 환자(33·남)는 공항에서 증상을 호소했지만 활동이 자유로운 능동감시 대상이 됐다. 공항 검역에 의존하는 검역 시스템의 한계가 드러났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모호한 감시 기준이 확산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환자 상당수가 자유롭게 활동하던 능동감시자라는 점에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협력이 좀 더 긴밀해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6번 환자(55·남)는 3번 환자(54·남)와 함께 밥을 먹고도 활동이 자유로운 능동감시자로 분류됐다. 3번 환자가 6번 환자와 식사했을 때부터 증상이 시작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 밀접접촉자로 변경했지만 관할 보건소에 제대로 통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우한 지역에서 한국으로 입국해 서울시에 사는 외국인 명단도 아직 받지 못했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종합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다. “명단을 받지 못하더라도 서울시 간부들이 중국인이나 중국 동포가 묵을 만한 곳을 파악해 달라”고 지시했다.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공항에서 증상을 호소했던 환자들도 대부분 능동감시자로 관리됐다. 정부가 능동감시자 기준을 지나치게 느슨하게 적용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능동감시자 강화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 세계보건기구(WHO) 등에서 무증상 감염 위험이 높다고 수차례 지적했지만 검역 기준을 강화하지 않은 것도 화근이 됐다. 그동안 무증상 감염 가능성을 계속 부인하던 정 본부장은 이날 “역학조사에서 노출 시기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입장을 바꿨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우한 폐렴' 생활감염 예방법
KF80 이상 마스크 쓰고…꼼꼼히 손 씻어 '간접 접촉 전파' 막아야
기침할 때 옷소매로 코·입 가리고
불필요한 병원 방문 최대한 자제
감염 의심되면 1339로 신고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2차, 3차 감염 환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철저한 감염 예방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등에 떠도는 잘못된 정보는 걸러내고 과학에 근거한 예방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공장소에서는 기침예절을 잘 지켜야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기침할 때 휴지나 손수건보다는 옷소매로 코와 입을 가리는 것을 권고한다. 질본 관계자는 “휴지나 손수건은 잘 쓰지 않으면 침방울이 샐 수 있고 평소 휴대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며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옷소매로 가리는 것”이라고 했다.
입에서 침방울이 분출되는 것을 막는 게 기침예절의 핵심이다. 기침을 하면 반경 2m까지 작은 침방울이 확산돼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환자가 재채기를 하면 바이러스가 있는 침방울이 눈, 코, 입, 피부에 묻을 수 있다”며 “바이러스가 눈, 코, 입의 점막에 붙으면 감염이 시작된다”고 했다.
손씻기는 간접 접촉 전파를 막는 데 필수다. 바이러스가 사람에서 사람으로 바로 옮겨가지 않고 중간에 사물을 거쳐 전파되는 것을 간접 접촉 전파라고 한다. 김 교수는 “손잡이, 의자, 컴퓨터 등 주변 사물에 바이러스로 오염된 침방울이 묻어 있을 수 있다”며 “침방울이 묻은 손으로 눈, 코, 입을 만지면 감염되는 것”이라고 했다.
흐르는 물에 손을 적시고 비누로 30초 이상 손바닥, 손등, 손톱 밑, 손가락 사이를 비비며 씻어야 한다. 물로 씻기 어려울 때는 바이러스를 사멸시키는 알코올 세정제를 들고 다니며 손을 소독해야 한다. 장갑을 착용해 손을 보호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능하면 손으로 눈, 코, 입 등을 만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외출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는데 마스크를 올바로 착용해야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면으로 된 마스크보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한 보건용 마스크를 쓰는 게 좋다. 전문가들은 0.6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m) 크기의 미세입자를 80% 이상 차단하는 KF80 마스크면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김 교수는 “KF94, KF99 등은 KF80보다 더 작은 미세입자를 잘 차단하지만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로 숨이 차기 때문에 현실적인 방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자기 얼굴 크기에 맞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콧대 부분을 잘 조정해 얼굴과 마스크 사이에 틈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외출 시 착용했다가 실내에 들어와 벗었다면 재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타인과 대화하다가 상대방이나 자신의 침이 마스크에 많이 튀었다면 새것으로 교체한다.
물을 자주 마시면 감염병 예방이 도움이 된다.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지면 바이러스가 더 쉽게 침투할 수 있다. 병문안 등 불필요한 병원 방문을 최대한 자제하고 확진 환자가 다녀간 곳으로 보도된 장소를 다녀온 뒤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질본 콜센터(1339)나 보건소에 신고해야 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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