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에게 죄송"…박연차 회장 별세

입력 2020-01-31 19:10   수정 2020-01-31 19:12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별세했다. 향년 75세.

박연차 회장은 1945년 11월 경남 밀양에서 5남1녀 중 넷째로 태어났다. 1966년 월남전 파병군으로 지원해 44개월 동안 복무했고, 이후 1971년 태광실업의 전신인 정일산업을 창업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1980년 태광실업으로 법인명을 전환한 박 회장은 임종 전까지 50여 년 간 직접 그룹을 이끌어왔다. 1987년엔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1994년엔 업계 최초로 베트남에 진출,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박 회장은 2000년 베트남 명예영사로 취임하고, 2003년엔 베트남 직항로 개설 등 한국과 베트남의 교류에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국익에 기여했다. 이후 2009년과 2010년엔 베트남 정부로부터 우수 외국투자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006년 정밀화학회사 휴켐스를 인수한 박 회장은 신발을 넘어 사업 다각화를 추진했다. 현재 태광실업 그룹은 신발과 화학 외에 소재, 전력, 레저 등을 아우르는 15개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2019년 기준 매출 규모는 3조8000억 원, 근무 임직원은 10만 여명이다.

대중에게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와 밀접한 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름이 오르내렸다. 이명박 전 대통령 집권기에 박 회장이 정치권에 금품을 전달했다는 정황을 검찰이 수사하면서 일명 '박연차 게이트'가 나왔고,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검찰 조사를 받게된 것. 이 조사 후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일로 박 회장은 2011년 징역2년6개월, 벌금 약 300억 원을 선고받았고, 2014년 만기출소했다. 당시 박 회장은 "노 전 대통령과 가족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남긴 후 사업에 전념했다.

한편 박 회장은 지난해 말까지 왕성하게 경영활동을 해왔지만, 지병인 폐암이 최근 급속도로 악화돼 끝내 숨을 거뒀다.

그룹 관계자는 "박 회장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영면에 들었다"며 "장례는 평소 고인과 유족들의 뜻에 따라 비공개 가족장으로 최대한 간소하고 조용하게 치를 예정이다"고 밝혔다.

유족으로는 부인 신정화 씨와 아들 박주환 태광실업 기획조정실장, 딸 박선영 씨, 박주영 정산애강 대표, 박소현 태광파워홀딩스 전무 등이 있다.

태광실업 측은 "유족들이 조용히 장례를 치러달라는 고인의 뜻에 따라 조문과 조화를 정중히 받지 않기로 했다"며 "빈소와 발인 등 구체적인 장례일정도 외부에 알리지 못함을 너그러이 양해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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