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1일 더불어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검증위)가 자신에 대한 예비후보 적격 심사 판정을 보류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그저 예비후보로 뛸 수만 있게 해달라"라고 호소했다.
김 전 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해찬 대표님께'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민주당이 저에게만 가혹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전 대변인은 "지난해 12월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출마 선언을 했지만 민주당이 예비후보로 받아 들여주지 않아 45일째 군산 바닥을 표류하고 있다"면서 "민주당의 경쟁자는 파란 점퍼를 입고 명함을 돌리고 있어도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곧 입을 줄 알고 맞춰 높은 파란 점퍼가 박스 안에 처박혀 있다"고 전했다.
그는 흑석동 재개발 투기 의혹에 대해 "다 제 부동산 문제 때문이다. 민망하고 송구하기 그지없다"면서 "하지만 나름대로는 제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했다. 약속대로 집을 팔았고 매각 차익 3억7000만원을 어느 재단에 기부했다. 각종 증빙 자료는 검증위에 다 제출했고 검증위도 모두 인정했다. 1만원이라도 더 내면 더 냈지 덜 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증위원회는 제 문제에 대해 이미 3차례나 ‘계속 심사’라는 이름으로 처리를 미루고 있다"며 "3일 열리는 회의에서는 최종 결정을 내려주시기를 기대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법적인 문제를 다루는 검증위 단계에서 제가 스스로 물러난다면 저는 두 번 죽는 셈"이라며 "청와대에서도 물러나고 당에서도 버림받는 것이니 한 사건으로 두 번 교수형 당하는 꼴이 되고 만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경선에 참여시켜준다면 10~20%인 신인 가산점을 포기하겠다"며 “이미 대단히 불리한 처지에 놓여있다. 이런 상황에 뛰어든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벌칙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같은 글에 대해 "이 나라 정치는 왜 이렇게 멋이 없나"라며 "정치에서 멋이란 걸 본 지 너무 오래 됐네. 진짜 멋은 어디로 가고, 어쩌다 양정철-탁현민이 연출하는 싸구려 이벤트에, 공천 달라고 질질 짜는 신파극만 남았나"라고 지적했다.
김 전 대변인은 4년 전 이해찬 대표가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배제됐을 당시 ‘공당의 결정은 명분이 있어야 하며, 합의된 방식에 따라 결과에 승복할 수 있는 절차가 있어야 한다’고 한 발언을 인용하며 "대단히 외람된 말씀이지만 저에게도 이런 원칙과 시스템을 적용해줄 수는 없나.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글을 끝맺었다.
김 전 대변인의 이같은 자신감은 앞서 나타난 여론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이 상당히 높았던 점에도 기인한다는 관측이다. 뉴스1이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실시한 군산선거구 민주당 후보간 가상대결에서 김 전 대변인이 44.4%로 신영대 전 청와대 행정관의 35.2%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본크기는 전체 통화 1만1653명중 500명이 답변해 응답률은 4.3%이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p이다.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다주택자도 아니고 전과 이력도 없는 김 전 대변인을 부적격 판정 내릴 경우 청와대 근무 중 부동산 투기했다는 의혹을 사실상 당에서 인정하게 되는 셈이라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앞서 김 전 대변인은 지난 4월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청와대 대변인직을 사퇴했다. 이후 21대 총선에서 군산 출마 의사를 밝혔으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민주당 검증위 예비후보 적격 심사에서 3차례 연속 ‘계속 심사’ 결정을 받았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관련뉴스